"24시간 내 각지에 있는 경기장을 돌아라."
최근 전세계 스포츠 팬 사이에서 떠오른 도전이다.

발단은 지난해 8월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24시간 안에 모든 프리미어리그 구장을 방문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영상이었다.

차를 타고 런던, 리버풀, 뉴캐슬 등 영국 주요 도시에 있는 20개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홈구장 방문에 도전한 것이다.

결과는 실패로 끝났지만 이후 영국과 독일 등에서 비슷한 도전에 나선 유튜버들이 잇따라 인증 영상을 올리며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SNS 세상] 하루 새 전국 프로야구 구장을 돌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도 도전장을 던진 이가 있다.

유튜브 채널 '더시즌TV'를 운영하는 엄영찬(28)씨는 하루 동안 전국 프로야구 1군의 9개 구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엄씨는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토대장정을 한다는 각오로 도전에 임했다"고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헌정이랄까요.

무미건조했던 제 일상을 뜨겁게 만들어 주는 유일한 존재가 야구였어요.

"
어린 시절 안방에 놓인 텔레비전은 늘 야구 중계로 채널이 고정됐다.

광주 출신인 아버지가 고향의 연고 구단인 기아 타이거즈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이다.

엄씨는 "야구를 낙으로 생각하는 부모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타임아웃이 없는 구기 종목'에 빠졌다"며 "과거의 나처럼 야구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 야구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 유튜브 채널 개설로 이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24시간 내 전국 프로야구장 돌기' 콘텐츠를 계획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만 ESPN의 도전과 달리 대중교통만 이용해서 움직이기로 했다.

대부분 관중이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야구장을 찾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5시 인천 문학야구장을 출발해 서울 고척 스카이돔, 잠실 야구장 등 수도권 지역을 지하철로 먼저 돌았다.

이어 오전 7시께 수서고속철(SRT)을 타고 대구를 밟은 뒤 무궁화호, 지하철 등을 이용해 부산에 도착했고 시외버스로 창원에 갔다.

여기서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오후 6시 넘어 광주에 내렸다.

터미널이나 기차역까지 이동할 때는 뛰거나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에 도착한 엄씨는 오후 10시께 마지막 행선지인 수원을 향해 ITX 새마을호를 탔다.

수원구장 도착 시간은 다음날 오전 0시30분. 엄씨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끼니는 전부 이동 중에 빵이나 음료수 등으로 때우고 도보로 이동할 때는 전부 전력으로 질주했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목표 시간을 살짝 넘겨서 아쉽다"고 말했다.

하루 동안 그가 누빈 거리는 1천㎞가 넘는다.

그는 "점수 차가 많이 벌어져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이길 가능성이 남아있는 야구처럼 (야구장 돌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SNS 세상] 하루 새 전국 프로야구 구장을 돌 수 있을까
엄씨의 영상을 본 야구 관계자들은 그 열정에 호평을 보냈다.

대니얼 김 야구해설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영상을 소개하며 "(야구에 대한) 정성과 열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각종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가슴 찡한 도전이었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쓸모없는 도전'이라는 일부의 의견에 대해 엄씨는 이렇게 말했다.

"매주 산을 찾는 등산객에게 왜 힘들게 산을 오르냐고 물어보면 '그냥 좋아서'라고 답하잖아요.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냥 좋아하는 야구를 소비하는 방식이라고 봐주시면 안 될까요"
그는 "마지막 행선지인 수원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 한라산 정상이라도 오른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활짝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