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CES의 도시'가 부러운 K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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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KAIST 특별취재단 CES 2020 가다
마이스 방문객 年 650만명
카지노보다 수익 더 많아
한국은 컨벤션 개발 발묶여
마이스 방문객 年 650만명
카지노보다 수익 더 많아
한국은 컨벤션 개발 발묶여
“인공지능(AI) 구글 어시스턴트와 대화하면 놀라운 기회를 드립니다. 선물 받아가세요.”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클락의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 둘째날. 이른 아침부터 ‘난장(亂場)’이 벌어졌다. AI, 로봇, 드론, 가상현실(VR) 등 ‘융합된 미래’를 탐지하기 위해 촉수를 바짝 세운 사람들이 일벌들처럼 센터 안팎을 들락거렸다. 이날 15만40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축제에는 ‘펀(fun)’ 코드가 넘쳐흘렀다. 라스베이거스의 메시지 중 하나다. “열심히 일한 자 오라. 그리고 즐겨라!”
라스베이거스는 ‘두 얼굴의 도시’다. ‘세계의 놀이터’이자 ‘비즈니스 트립의 중심지’다. 24시간 카지노가 호텔 입구에서부터 방문객을 맞이한다. 카지노에선 술과 음료가 무료다. 흡연도 자유다. 현지 가이드 제프 리는 “아이스하키, 격투기, 골프대회 등 스포츠 이벤트가 365일 넘쳐나는 곳이 라스베이거스”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는 마이스(MICE)산업의 천국이다.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영문 앞글자를 딴 용어로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린다. 지금은 라스베이거스의 서비스 혁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라스베이거스는 마이스로 매년 98억달러(약 11조3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6만5000여 개 신규 일자리도 생겨났다.1700兆 달하는 마이스 산업, 中·日 앞다퉈 벤치마킹 하는데…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 도시에서 마이스(MICE) 왕국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한 해 방문객 약 4200만 명 가운데 650만 명을 마이스산업으로 모았다. 한국이 한 해 맞이하는 외국인 관광객 1725만여 명(2019년 기준)의 3분의 1에 달한다.
비결은 인프라다. 라스베이거스 전체 전시장 면적(36만8000㎡)이 한국에 있는 15개의 컨벤션센터를 합친 면적(29만㎡)을 넘어선다. LVCC는 내년 8만8000㎡를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여기에 마이스산업의 필수 요소인 3성급 이상 호텔이 330여 개, 객실이 15만 개에 달한다. 모노레일, 트램 등 편리한 교통수단이 숙소와 전시컨벤션센터, 관광지, 쇼핑센터를 신경망처럼 촘촘히 연결한다. 주요 컨벤션센터는 대다수 걸어서 20분 안팎이면 닿는다. CES 주관단체인 CTA의 캐럴라인 핀넬은 “아무런 제약 없이 비즈니스 사교와 여흥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라스베이거스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마이스로 얻은 수익이 카지노 수익을 이미 넘어섰다”고 자랑했다.
라스베이거스는 1970년대부터 마이스산업에 눈을 떴다. 2006년부터는 장기 발전 계획도 세워 실행했다. 재원은 약 12%인 호텔 객실세(room tax)다. 이 돈은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으로 흘러가 마이스 인프라에 재투자됐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성장동력을 찾는다. 이번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스포테인먼트다. MGM그룹은 한 번에 2만 명을 수용하는 ‘T모바일 아레나’를 지어 아이스하키, 격투기(UFC), 농구 경기 등 연간 120여 개의 빅 이벤트를 연다. 여기에서 올리는 수입이 연간 1억6000만달러. 32명을 수용하는 100만달러짜리 프리스티지 룸 임대가 거의 다 나갔다. 샐리 배 T모바일 아레나의 이사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공간인데, 판매율이 95%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세계 여러 국가가 라스베이거스형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중국은 아시아 최대 규모인 40만㎡의 선전월드전시컨벤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한 발 더 나아갔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 복합리조트법을 통과시켰다. 마이스산업에서 아시아 패권을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한국은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다. 서울 코엑스와 경기 킨텍스 정도를 빼면 변변한 컨벤션을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 잠실 국제교류 복합지구와 경기 고양 제3 킨텍스 개발도 예비타당성조사에 발이 묶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세계는 지금 1700조원에 달하는 마이스 시장 패권을 놓고 전쟁 중”이라며 “더 이상 실기하면 되돌리기 힘든 지경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형 마이스산업을 키우자는 주장도 나온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줄기세포 치료 실험이나 항암제 임상시험과 관련한 규제를 푸는 등 여건을 갖추면 제주도도 지식재산에 특화된 마이스 메카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스베이거스=이관우 레저스포츠산업부장 leebro2@hankyung.com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클락의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 둘째날. 이른 아침부터 ‘난장(亂場)’이 벌어졌다. AI, 로봇, 드론, 가상현실(VR) 등 ‘융합된 미래’를 탐지하기 위해 촉수를 바짝 세운 사람들이 일벌들처럼 센터 안팎을 들락거렸다. 이날 15만40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축제에는 ‘펀(fun)’ 코드가 넘쳐흘렀다. 라스베이거스의 메시지 중 하나다. “열심히 일한 자 오라. 그리고 즐겨라!”
라스베이거스는 ‘두 얼굴의 도시’다. ‘세계의 놀이터’이자 ‘비즈니스 트립의 중심지’다. 24시간 카지노가 호텔 입구에서부터 방문객을 맞이한다. 카지노에선 술과 음료가 무료다. 흡연도 자유다. 현지 가이드 제프 리는 “아이스하키, 격투기, 골프대회 등 스포츠 이벤트가 365일 넘쳐나는 곳이 라스베이거스”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는 마이스(MICE)산업의 천국이다.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영문 앞글자를 딴 용어로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린다. 지금은 라스베이거스의 서비스 혁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라스베이거스는 마이스로 매년 98억달러(약 11조3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6만5000여 개 신규 일자리도 생겨났다.1700兆 달하는 마이스 산업, 中·日 앞다퉈 벤치마킹 하는데…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 도시에서 마이스(MICE) 왕국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한 해 방문객 약 4200만 명 가운데 650만 명을 마이스산업으로 모았다. 한국이 한 해 맞이하는 외국인 관광객 1725만여 명(2019년 기준)의 3분의 1에 달한다.
비결은 인프라다. 라스베이거스 전체 전시장 면적(36만8000㎡)이 한국에 있는 15개의 컨벤션센터를 합친 면적(29만㎡)을 넘어선다. LVCC는 내년 8만8000㎡를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여기에 마이스산업의 필수 요소인 3성급 이상 호텔이 330여 개, 객실이 15만 개에 달한다. 모노레일, 트램 등 편리한 교통수단이 숙소와 전시컨벤션센터, 관광지, 쇼핑센터를 신경망처럼 촘촘히 연결한다. 주요 컨벤션센터는 대다수 걸어서 20분 안팎이면 닿는다. CES 주관단체인 CTA의 캐럴라인 핀넬은 “아무런 제약 없이 비즈니스 사교와 여흥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라스베이거스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마이스로 얻은 수익이 카지노 수익을 이미 넘어섰다”고 자랑했다.
라스베이거스는 1970년대부터 마이스산업에 눈을 떴다. 2006년부터는 장기 발전 계획도 세워 실행했다. 재원은 약 12%인 호텔 객실세(room tax)다. 이 돈은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으로 흘러가 마이스 인프라에 재투자됐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성장동력을 찾는다. 이번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스포테인먼트다. MGM그룹은 한 번에 2만 명을 수용하는 ‘T모바일 아레나’를 지어 아이스하키, 격투기(UFC), 농구 경기 등 연간 120여 개의 빅 이벤트를 연다. 여기에서 올리는 수입이 연간 1억6000만달러. 32명을 수용하는 100만달러짜리 프리스티지 룸 임대가 거의 다 나갔다. 샐리 배 T모바일 아레나의 이사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공간인데, 판매율이 95%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세계 여러 국가가 라스베이거스형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중국은 아시아 최대 규모인 40만㎡의 선전월드전시컨벤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한 발 더 나아갔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 복합리조트법을 통과시켰다. 마이스산업에서 아시아 패권을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한국은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다. 서울 코엑스와 경기 킨텍스 정도를 빼면 변변한 컨벤션을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 잠실 국제교류 복합지구와 경기 고양 제3 킨텍스 개발도 예비타당성조사에 발이 묶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세계는 지금 1700조원에 달하는 마이스 시장 패권을 놓고 전쟁 중”이라며 “더 이상 실기하면 되돌리기 힘든 지경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형 마이스산업을 키우자는 주장도 나온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줄기세포 치료 실험이나 항암제 임상시험과 관련한 규제를 푸는 등 여건을 갖추면 제주도도 지식재산에 특화된 마이스 메카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스베이거스=이관우 레저스포츠산업부장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