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참여기업 공모 두 차례 유찰…2023년 공업용수 부족
신규 투자 입주기업 '불안불안'…"가뭄으로 대호호 마르면 공장 멈춰야 할지도"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한 곳인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공업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하루 10만t을 공급할 수 있는 해수담수화 설비 건설에 차질을 빚으며 기업들의 요구량을 맞추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8일 한국수자원공사와 충남도, 서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연말 수자원공사가 진행한 해수담수화 설비 건설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됐다.

해수담수화 시설 건설은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하나인 대산단지가 가뭄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항구적인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수자원공사가 제시한 사업계획의 사업성이 떨어지고 까다로운 규제와 절차 때문에 참여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사업성을 개선해 참여업체를 재공모하는 데만 최소 6∼7개월이 걸린다.

이 때문에 2023년 1월부터 해수담수화 설비를 통해 대산단지에 하루 공업용수 10만t을 공급하겠다는 수자원공사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하지만, LG화학,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등 대산단지 입주기업들은 이미 2023년 공업용수 공급 계획에 맞춰 신규 시설투자를 진행 중이다.

현재 대산단지 입주기업들은 하루 21만6천t의 공업용수를 사용하고 있다.

서산·당진에 걸쳐 있는 대호호에서 하루 10만t, 대산용수센터에서 11만t가량을 공급받는다.

기업들의 장비 증설에 따라 2023년엔 하루 7만1천t, 2025년 8만3천t, 2026년 이후 10만t의 공업용수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해수담수화 시설이 늦어지면 2023년부터 당장 하루 공업용수 7만1천t이 부족해진다.

수자원공사는 최근 용수공급 계획을 조정, 내년 완공되는 대청 3단계 광역상수도와 아산공업용수에서 용수 5만t을 끌어와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기업에는 공업용수 사용량 2만t을 감축해달라고 요구했다.

용수공급이 급해진 대산단지 입주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가뭄 때면 저수지 바닥을 드러내는 대호호 용수공급 능력에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저수용량 1억2천만t의 대호호는 2017년 충남 서북부를 강타한 극심한 가뭄 때 저수율 0%를 기록하며 용수공급에 큰 차질을 빚었다.

특히 대호호는 농업용 저수지로 조성됐기 때문에 가뭄이 발생하면 농업용수로 우선 사용될 수밖에 없다.

충남도 관계자는 "공업용수 부족으로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며 "대산용수센터 공급시설을 증설하는 등 대호호 용수 부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가뭄이 또 발생하면 불가항력적으로 대호호 용수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기업들과 협의해 용수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