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유통사들은 올해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에 나선다. 온라인 쇼핑 확대, 소비 트렌드 변화 등으로 기존 방식대로 사업해선 더 이상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크다. 이는 주요 유통 대기업 총수 신년사에서도 드러난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기존 사업 방식과 경영 습관, 일하는 태도 등 모든 요소를 바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유통 환경이 너무나 빨리 변하고, 사업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지며, 경쟁의 전장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며 대대적인 ‘변화’를 주문했다.주요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사 수장들이 연말 인사 때 대거 교체돼 소비자들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이들의 변화를 실감할 전망이다. 각 사는 오프라인 매장 혁신, 디지털 기술 도입, 해외 진출 등을 2020년 주요 전략으로 들고나왔다.대형마트, 매장 개선하고 식품 강화대형마트는 오프라인 유통 중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확대로 큰 타격을 받은 탓이다.정 부회장은 이마트와 관련해 “대한민국 최고 장보기 지킴이가 되기 위해 구조적인 그로서리 경쟁력을 회복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마트의 핵심 경쟁력을 식품으로 보고, 식품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의미다.이마트는 올해 매장 리뉴얼(개선)을 계획하고 있다. 리뉴얼 대상이 전체 매장의 약 30%에 달한다. 상품 구성도 신선식품에 보다 집중한다. 상시적인 초저가 상품도 내놓는다. 작년에는 4900원짜리 칠레산 와인 ‘도스코파스’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끌었다. 작년 8월 출시 이후 110만 병가량 판매했다. 도스코파스 같은 히트 상품을 앞으로 계속 만들어 낸다는 것이 이마트의 계획이다. 노브랜드 등 자체 상표(PB) 상품은 국내 판매뿐 아니라 수출에도 적극 나선다. 2015년 베트남 등 4개국에 처음 수출한 노브랜드는 약 20개 국가로 수출 지역을 늘렸다.롯데마트는 비슷비슷한 매장을 지역별로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잠실점은 지역 특성을 살려 롤러스케이트장을 설치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하는 식이다. 여기에 ‘통큰 치킨’ 같은 초저가 할인 상품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전략을 이어가기로 했다.백화점들도 공간, 브랜드,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큰 혁신에 나선다. 롯데백화점은 소비자 방문이 가장 많은 1층 공간에 ‘테마형 전문관’을 도입한다.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문화와 먹거리 등 다양한 ‘경험’ 요소를 가미해야 소비자를 불러모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신세계백화점은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더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K뷰티를 주도하는 대표 채널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백화점은 올 6월 대전, 11월 경기 남양주에 각각 여는 아울렛 매장에 역량을 집중한다. 올 1분기에 두산그룹이 운영하던 두타면세점을 현대백화점면세점으로 바꿔 새로 연다.TV 홈쇼핑 업체들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작년 11월 미디어 커머스 스타트업 어댑트에 40억원을 투자했다. GS홈쇼핑은 벤처캐피털(VC)처럼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조직까지 뒀다. 2011년부터 직접, 혹은 벤처펀드 등 간접 투자한 자금만 3000억원에 달한다. CJ오쇼핑은 PB 키우는 것을 우선 과제로 뒀다. 엣지(A+G), 셀렉샵 에디션 등 기존 TV 홈쇼핑 위주로 판매하던 것을 다른 유통 채널을 통해서도 판매할 예정이다.히트 상품 발굴 나선 식품사들식품 업체들은 새로운 히트 상품 발굴이 절실하다. 지난해 ‘대박’을 낸 신제품이 거의 나오지 않은 탓이다. 신제품의 키워드는 ‘건강’이다.파리바게뜨가 내세운 신상품은 ‘모짜렐라 포카챠’다. 포카챠는 이탈리아 정통 빵으로, 그 위에 다양한 식재료를 토핑으로 올려 먹는 것이 특징이다. 밥 대신 빵을 먹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식사 대용식’으로 포카챠를 찾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농심은 ‘건면’ 시장 키우기에 나선다. 작년 오랜만에 라면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신라면건면’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다.뷰티 업체들은 올해 해외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베트남 대만 등 기존에 이미 나가 있는 시장 이외에 신규 시장을 개척하기로 했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고급 이미지’를 더 강화하는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에이지투웨니스’로 잘 알려진 애경산업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미주 지역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도 유통망을 더 늘리기로 했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롯데백화점은 올해 매장 공간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상품 및 서비스 혁신에 나선다. 40년간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쇼핑 환경 혁신을 적극 추진해 국내 유통시장 선두 자리를 지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롯데는 백화점 매장을 물건을 파는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중소형 점포를 중심으로 1층에 테마형 전문관을 도입하고, 판매 공간 일부를 체험형 공간으로 바꿔 차별화에 나선다. 백화점 1층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문화, 먹거리 등 다양한 경험 요소가 가미된 복합적인 쇼핑 공간으로 꾸미겠다는 것이다.아시아 최초로 김포공항점에 ‘쥬라기 월드 특별전’을 연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개점한 쥬라기 월드 특별전은 문을 연 지 4개월 만에 2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 방문객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11월 말 기준 김포공항점의 신규 고객 유입률은 68.7%로, 다른 점포에 비해 25%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롯데백화점은 본점을 포함한 주요 점포를 프리미엄 매장으로 개편하고 있다. 2018년 말부터 리뉴얼에 들어간 롯데백화점 본점을 시작으로 잠실점, 부산본점 등 전국 주요 점포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매장 개편 작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백화점 1층=화장품 매장’이라는 공식을 깨고 그 자리에 명품 매장을 넣고 있다. 2층과 5층은 각각 여성용 명품 매장과 남성용 명품 매장으로 꾸미는 등 최신 소비 트렌드에 맞는 점포로 변신 중이다.몇 년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프리미엄 리빙 시장에 주목해 지난해 11월 강남점에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더 콘란샵’을 열었다. 3305㎡ 규모다. 스위스 가구 브랜드 ‘비트라’, 핀란드 가구 ‘아르텍’, 덴마크 가구 ‘칼 한센’과 미국 가구 ‘놀’ 등 세계적인 유명 가구 브랜드 제품을 팔고 있다. 프랑스 오디오 브랜드 ‘라부아뜨’,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 폴센’, 프랑스 쿠션 브랜드 ‘줄팡스’ 등도 취급하고 있다.롯데백화점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통합 앱(응용프로그램) ‘롯데ON’을 통해 기존에는 없던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소비자 개인별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새로운 차원의 ‘O4O(online for offline)’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상품과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롯데백화점 일부 점포가 오늘(1월1일)에도 문을 열고 소비자를 맞는다. 그간 백화점 업계는 1월1일에 쉬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졌었기에 이례적 영업이다.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신정에도 전국 31개 매장 중 본점과 부산본점, 잠실점 등 3개점 영업을 진행한다. 지난해 1월1일에는 롯데백화점은 물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모두 문을 닫았었다. 롯데백화점을 제외하고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이에 롯데백화점 측은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많은 명동과 강남권에 있는 본점과 잠실점, 부산 본점은 새해 첫날에도 고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돼 영업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다만 업계에선 롯데백화점의 이 같은 조치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내수 부진과 함께 온라인 강세에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롯데백화점이 먼저 '선수'를 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실제로 지난해 롯데백화점 실적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73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6.8% 많은 1041억원을 올렸지만, 기존 점포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인천터미널점 편입과 판매관리비 절감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상황이 이런 만큼 롯데백화점은 신정에도 문을 열어 첫날부터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1월1일 한국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도심 나들이 고객을 위해 대형 점포 3곳만 문을 열기로 했다"며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인력을 최소로 배치치했다"고 말했다.직장인 박모(27)씨 역시 "휴일날 열어서 좋다"며 "이렇게 쉬는 날 아니면 저 같은 직장인은 쇼핑할 시간이 없다"라며 신정에 문을 연 롯데백화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 백화점에 근무하는 협력업체 판매사원들은 반발했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정은 국민들이 쉬어야 하는 날인데 **백화점은 영업한다고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창원 작성자는 "안 그래도 노동시간이 긴 백화점인데 이런 날까지 영업을 해야 한다고 하니 거기에다가 연장근무까지 할 것 같다"며 "백화점도 마트처럼 정기휴무 2회씩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1일 기준 해당 청원은 8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