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고별연주회서 베토벤 교향곡 '합창' 등 연주

지휘자 요엘 레비의 목덜미는 2악장 무렵부터 붉게 물들었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서는 수건을 꺼내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는 연주회 후 가진 인터뷰에서 "곡을 연주하면서 중간중간 감정이 솟구쳤지만 그럴 때마다 오직 음악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레비가 지휘하는 KBS교향악단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을 연주했다.

이날 연주회는 KBS 상임지휘자로서 레비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레비는 2014년 1월 취임했다.

그는 지난 6년간 브루크너 쇤베르크 등 새로운 레퍼토리를 오케스트라에 심었고, 그라모폰을 통해 말러 음반도 발매했다.

해외 초청연주도 다녀왔다.

레비는 그간 성공적으로 교향악단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합창' 연주는 그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악보를 보지 않는 '암보' 지휘를 고수했고, 약간 느린 템포로 고색창연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특히 느린 3악장에서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4악장에서는 소프라노 이명주,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강요셉, 바리톤 이동환, 130명 규모의 합창단과 조화를 이뤄냈다.

고별무대 선 요엘 레비 "언젠가 다시 한국 무대에 설 것"
연주회가 끝난 후 객석에서는 여러 차례의 '앙코르' 박수가 이어졌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나올 때는 관객들이 이 곡의 박자에 맞춰서 박수를 쳤다.

지난 6년간의 활약상을 담은 뉴스 영상, 조수미 등 그와 협연했던 연주자들의 영상 편지도 이어졌다.

그는 연주회가 끝난 후 객석을 향해 "당신들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관객"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게 '굿바이'는 아니에요.

당신들은 제 맘속에 자리해 있습니다.

다시 이곳에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연주회가 끝난 후 연합뉴스와 만난 그는 "정든 오케스트라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조금 감정적으로 된 것 같다"며 "하지만 한편으로 지난 6년간 오케스트라가 거둔 성취에 대해 커다란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저는 제가 가진 영혼, 감정, 육체적 능력까지 모든 걸 다 이 오케스트라에 쏟아부었어요.

이제 남은 게 없습니다.

(웃음) 한편으로는 우리가 거둔 성취에 만족감을 느낍니다.

이제 이 '판타스틱한' 오케스트라를 남겨두고 떠나게 됐네요.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
고별무대 선 요엘 레비 "언젠가 다시 한국 무대에 설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