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치마다 진초록 이끼를 두른
늙은 나무들 아래에서
더는 갈 수 없는 혹은
길 이전의 길을 어림한다
검룡소 황지 뜬봉샘 용소는
강의 첫,
길의 첫
숲의 첫
너의 첫
나의 첫은
어디서 나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바람만 무심히 들고 나는
어둡고 축축한 숲 묵밭에
달맞이꽃 개망초꽃 어우러져
꽃그늘 그득한데
붉은 눈물 속에 피다 만 것들의 첫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곽효환 시집 《너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첫’이 있지요. 강에게도 길에게도 숲에게도 그리고 너에게도 나에게도. ‘첫’은 어떤 설렘과 눈물과 기쁨과 그리움으로 한때 우리에게 머물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첫’은 너무도 소중하고 간절했던 의미였을지도 모릅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세상 어딘가에서 났다가 흘러간 ‘첫’들. 당신의 ‘첫’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김민율 < 시인 (2015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