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800만달러+인센티브 300만달러에 계약…선발 경쟁할 듯
'HELLO STL', 'THANK YOU SK' 팻말 들고 전·현 소속팀에 인사
김광현(31)이 등 번호 33이 박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고 밝게 웃었다.

대한민국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의 꿈을 이룬 순간이다.

김광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구단 입단 기자회견에 주인공으로 참석했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의 데릭 굴드 기자는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과 2년 800만달러(약 93억4천만원)에 계약했다"고 전했다.

인센티브도 있다.

디애슬레틱은 "김광현이 매년 인센티브로 150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광현 측도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광현은 2년 최대 1천100만달러(약 128억4천만원)를 받을 수 있다.

2016년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할 때 한 계약(1+1년 최대 1천10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광현은 한국에서 달던 29번이 아닌 33번을 달고 빅리그에 입성한다.

김광현에게 '3'은 삼진을 의미한다.

김광현은 "무척 기대가 되고, 떨린다.

2020년 시즌이 정말 저에게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다"라며 "선발투수를 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팀에서 필요한 위치에서,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팀에서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준비한 'HELLO STL'이란 팻말을 들어, 기자회견장 분위기를 밝게 했다.

김광현을 품은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뉴욕 양키스(27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1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은 명문 구단이다.

내셔널리그에선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 이력을 지녔다.

김광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야구를 몰랐던 사람도 모두 알 정도로 세인트루이스는 명문 구단이다.

내셔널리그 최고의 명문 팀이라서 선택하게 됐고, 이 팀에서 뛰게 돼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김광현에 앞서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2016년과 2017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뛰었다.

김광현은 "승환이 형이 이 팀이 가장 좋은 팀이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에 들어가면) 세인트루이스만의 규정 등을 다시 물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배, (현재 빅리그에서 뛰는) 류현진 선배를 보면서 항상 꿈을 키웠다.

나도 빅리그 마운드에 같이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이렇게 도전할 수 있게 돼 뜻이 깊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당찬 포부도 밝혔다.

이어 "슬라이더는 예전부터 던졌다.

위닝샷, 카운트 잡는 공으로 쓸 수 있다.

구속 조절도 할 수 있어 자신이 있다"고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현지 취재진의 질문이 모두 나온 뒤, 김광현은 "한마디를 더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소속팀의 허락이 없었으면 여기에 올 수 없었다"라며 "SK 와이번스에 정말 감사하다"며 준비해 온 'THANK YOU, SK' 플래카드를 들었다.

김광현은 이제 '빅리그 선발'에 도전한다.

NBC스포츠는 김광현의 '선발진 경쟁'을 예상했다.

이 매체는 "세인트루이스는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불펜에 두고, 김광현에게 선발 한 자리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에이스 잭 플래허티, 마일스 마이컬러스, 다코타 허드슨으로 1∼3선발을 꾸릴 전망이다.

베테랑 애덤 웨인라이트와 유망주 알렉스 레예스도 선발 자리를 원하지만, 웨인라이트는 불펜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레예스는 아직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간다.

더구나 앞에 거론한 투수는 모두 우완이다.

한국 야구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선발 경쟁을 할 발판은 마련한 셈이다.

김광현은 2020년 시범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하거나, 다치지 않으면 꿈에 그리던 빅리그 등판에 성공한다.

김광현은 20대 초반부터 "언젠가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고 했다.

2014년 말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입단 협상을 했지만, 샌디에이고가 1년 100만달러를 제시해 결렬됐다.

절치부심한 김광현은 5년 만에 다시 포스팅했고, 세인트루이스와 입단 합의했다.

류현진(2013년), 강정호(2015년), 박병호(2016년)에 이어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 역대 4번째 한국인이 됐다.

2009년 당시 롯데 자이언츠 소속 최향남이 101달러의 상징적인 금액만 제시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마이너 계약이었고 메이저리그 무대는 밟지 못했다.

김광현은 오승환에 이어 세인트루이스에서 빅리그 무대를 밟을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광현은 프로 2년 차이던 2008년부터 '대한민국 좌완 에이스'로 불렸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KBO리그에서 298경기에 출전해 137승 77패 평균자책점 3.27을 올렸다.

2017년 왼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후에는 전성기 시절 구위까지 되찾았다.

타고투저가 지배한 2018년에도 11승 8패 평균자책점 2.98로 호투했고, 공인구 반발력을 낮춘 2019년에는 17승 6패 평균자책점 2.51의 더 뛰어난 성적을 냈다.

김광현은 원소속구단 SK의 동의를 구했고, 포스팅에 나섰다.

5년 전과 달리, 2019년 12월의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선발 경쟁을 할 만큼 매력적인 투수였다.

김광현이 마침내 꿈을 이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