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식물 성장 호르몬 '옥신'이 빠르게 이동"

식물 뿌리가 흙 속에서 장애물을 만나면 휘어져 자라는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이효준 박사팀이 식물 뿌리가 호르몬 조절을 통해 장애물을 회피하는 반응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식물의 뿌리가 흙 속에서 장애물을 피해 땅 밑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뿌리가 장애물을 회피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뿌리가 장애물에 닿게 되면 칼슘 신호가 발생하면서 식물 성장 호르몬인 '옥신'을 이동시키는 단백질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장애물(칼날)을 설치한 배지(培地·배양액)에 애기장대를 심은 결과, 옥신이 장애물로부터 먼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장애물에 닿은 지 1시간 이내에 첫 번째 뿌리 휘어짐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3시간 이내에 두 번째 휘어짐이 발생하는데, 이번엔 장애물에 가까운 방향으로 뿌리가 휘어지게 된다.

뿌리 끝이 항상 장애물에 닿은 채 자라면서 장애물을 탐색하기 때문이다.

실제 옥신이 결여된 돌연변이 식물을 관찰한 결과 장애물 회피 과정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효준 박사는 "식물 뿌리가 장애물을 피해 자라는 것이 수동적인 반응이 아니라 적극적인 호르몬 조절 행동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덩굴성 식물의 줄기 감아올림 등 식물의 다른 물리 자극 원리를 밝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