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15명 그림 자서전 출판 기념식…인형극도 선보여

충북 괴산군 노인복지관에서 7일 오후 이색적인 출판 기념식이 열렸다.

'어르신들 배움 터전' 괴산 두레학교, 개교 10년 자축
환갑을 넘긴 나이에 배움에 뛰어든 어르신 15명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동안 익힌 한글로 자신의 삶을 소개하는 '그림 자서전'을 선보였다.

연장자인 박말순(80) 할머니를 비롯, 문해 학교인 괴산 두레학교에서 글을 익힌 60~80세 할머니들이 자서전을 낸 주인공들이다.

할머니들은 서툰 솜씨로 그린 그림을 배경 삼아 그동안 살아온 굴곡진 삶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회고했다.

두레학교에서 배운 덕분에 글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됐다며 자원봉사자 교사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뜻도 전했다.

할머니들은 전래동화를 각색한 인형극 '도깨비 할멈'도 준비해 무대에 올렸다.

간혹 실수도 하고 표현도 서툴렀지만 할머니들은 학예 발표회를 하는 어린 학생들처럼 마냥 행복해했다.

관람석에서 지켜본 가족과 교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배움의 열정을 이어온 할머니들을 힘찬 박수로 응원했다.

2009년 개교한 괴산 두레학교는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던 어르신 100여분이 이 학교를 거쳐 갔다.

지금도 40여 명의 어르신이 초·중·고급반 한글 교실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70살에 이 학교에 입학해 10년째 배우고 있는 박 할머니를 포함해 많은 '늦깎이 학생'들이 수년씩 교실을 지키며 매주 3일, 하루 2시간씩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는 괴산군의 사업비 지원을 받아 올해 7개 면(面)에 분교도 냈다.

김언수 두레학교 대표는 "어르신들이 젊은 학생들 못지않게 배우려는 열정이 뜨겁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치시던 어르신들이 매사 적극적으로 변했다"며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배우고 익히며 삶을 즐기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교사들이 오히려 인생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