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아이 부모는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가해 아이가 미취학 아동이라 처벌할 수 없고 그 부모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사소송은 할 수 있으나 2~3년이 걸리고 피해 아이가 이 사건에 대한 진술을 계속 해야 해서 정신적으로 상처가 될 수 있다.
피해 아이 부모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도 이번 사건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했으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해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일 수 있다"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최근 6살 여자아이는 어린이집 낮잠 시간에 같은 반 남자아이가 이불 속에서 "바지를 내려보라", "신체 부위를 보여달라"고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신체 부위를 보여줬다고 한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아동 간 성폭력 사고 시 강제력을 가진 제도를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서명했다.
청원자는 "제 딸은 어린이집과 아파트 단지의 어두운 자전거 보관소에서 같은 반 남자 아이에게 강간 강제추행 등을 당했다"면서 "형법에서는 (가해아동을) 형사미성년자라며 벌하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부터 고소 접수도 안되는 현실은 저희 같은 가정에게 너무나 큰 절망감만 안겨준다"고 토로했다.
청원자는 "지금까지 이런 비슷한 사례가 너무 많았는데 하나같이 너무나 힘들어하고 이민이나 개명을 생각하는 게 현실"이라며 "피해자가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와 강제력을 가진 중재 기관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성피해 상담기관인 해바라기센터와 여성 긴급전화 1366에 따르면 신체접촉을 당한 아동의 가해자 나이가 10세 미만인 경우가 지난 2016년 317명, 2017년 480명, 지난해 519명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따라서 네티즌들은 "가해 아동 부모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남 어린이집 성범죄 의혹' 사건의 가해자 측 아버지가 소속된 한국전력 럭비단 홈페이지에는 수천 개에 달하는 항의 댓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가해자 측 아버지를 팀에서 퇴출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부모들이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의 일탈을 제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부모들을 처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올바른 아동 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가해 아동 부모라고 해서 직장에서 퇴출 시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마녀 사냥'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가해 아동 아버지의 퇴출을 요구하고 있는 네티즌들은 "단순히 가해 아동 부모라서 문제가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후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가해 아동 부모는 처음에는 이 사건을 인정하고 피해자 측에 이사와 보상 등을 해주기로 약속했으나, CCTV에서 피해장면이 발견되지 않자 피해자 측의 말을 일방적으로 믿기 어렵다며 입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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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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