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미디어아트로 재구성된 고흐의 미술 세계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을 소재로 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가 5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빛의 벙커'에서 개막했다.

56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던 '클림트'전의 후속 전시인 '반 고흐'전은 고흐의 창의성이 집중해 발현했던 약 10년 간 그가 남긴 800점 이상의 회화와 1천여 점의 드로잉 작품으로 구성됐다.

고흐의 강렬한 붓 터치를 디지털 작업을 거쳐 분리·재구성해 마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는 것과 같은 생동감 넘치는 영상미를 끌어냈다.

암흑의 벙커 안에 입장하면 고흐 특유의 대담한 색채에 독창성을 더한 표현력을 삼면에 투영된 이미지와 곁들여진 음악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관람객들은 벙커 안을 자유롭게 거닐며 디지털 작업으로 변주된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별이 빛나는 밤', '아를의 반 고흐의 방' 등 수많은 명작들을 감상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흐와 가장 강렬한 영향을 주고받았던 화가 폴 고갱의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고갱의 작품을 소재로 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은 세계 최초로 빛의 벙커에서 첫 선을 보이는 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고갱의 고향인 브르타뉴로의 회상을 시작으로 고갱이 남긴 수많은 걸작들이 관람객들에게 자아와 인생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전시의 대미는 고갱의 '자화상'이 장식한다.

빛의 벙커는 성산읍의 가로 100m, 세로 50m, 외부 높이 10m, 내부 높이 5.5m에 달하는 대형 국가기간 통신시설 벙커를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재탄생 시킨 곳이다.

외부 소음을 완벽히 차단하는 특성을 가진 빛의 벙커는 축구장 절반 크기인 공간에 90대 프로젝터와 69대 스피커를 배치해 관람객들이 직접 예술가의 작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프랑스에서 문화유산 및 예술공간 운영에 독보적인 역할을 하는 컬처스페이스(Culutrespaces)가 2009년부터 개발해 온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는 2012년 프랑스 남부 레보드프로방스 지역의 폐채석장을 개조해 '빛의 채석장(Carrieres de Lumieres)'이란 이름으로 선 보였다.

빛의 채석장의 성공에 이어 2018년 4월 파리의 낡은 철주조공장에 '빛의 아틀리에(Atelier des Lumieres)'를 오픈했으며 동시에 파리 예술 트렌드의 중심이 됐다.

이러한 형태의 미디어아트 전시는 광산, 공장, 발전소 등 산업발전으로 도태된 장소를 단기간에 문화예술의 랜드마크로 재탄생 시키는 효과를 가져 도시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율적 도구로 인식되는 추세다.

전시는 2020년 10월 25일까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