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서울·인천 등 11개 기관 부작위 행태 감사 실시
서울시 사직2구역 직권해제·인천시 재처리수 사업 등 문제사례 지적
무리한 조례개정·부실설비 설치…지자체 부당행정 '천태만상'
정부가 적극행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민간에 대한 과도한 규제나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서울시, 인천시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자체 주요 정책·사업 등 추진상황 특별점검' 결과를 5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행정기관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일부러 하지 않는 것) 행태를 점검하고 국민의 권익 침해를 구제하기 위해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징계요구 1건, 주의요구 5건, 통보 6건 등 총 12건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서울시가 2017년 3월 조례 개정을 통해 종로구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구역을 직권해제한 것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는 2009년 종로구 사직동 일대 3만4천260㎡ 규모 사직2구역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했고, 종로구는 2012년 9월 A조합에 사업시행을 인가했다.

이후 2013년 10월 A조합이 세대수를 변경(456→486세대)하기 위해 사업시행 변경인가를 신청하자, 서울시는 한양도성 보존 등을 이유로 종로구에 변경인가를 보류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서울시는 2016년 3월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시장이 직권으로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고, 이듬해 3월 해당 정비구역을 직권해제했다.

A조합은 이에 서울시를 상대로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올해 4월 정비구역 해제 고시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해당 조례는 지난 9월 삭제된 상태다.

감사원은 "사직2구역의 열악한 거주여건이 지속되고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장기간 침해됐으며 행정의 신뢰성을 훼손했다"며 서울시장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무리한 조례개정·부실설비 설치…지자체 부당행정 '천태만상'
인천시는 2003∼2014년 공촌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한 하수처리수를 인근 업체 5곳에 모래세척 등의 용도로 무상공급하다가 2012년 공촌하수처리장의 재처리시설이 완공되자 재처리수 이용을 업체들에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하수처리수를 다시 처리한 '재처리수'에만 사용요금을 부과할 수 있고 하수처리수는 무상이다.

그런데 인천시는 기존 하수처리수 수질에 문제가 없고 사용요금이 부담돼 재처리수 사용을 원하지 않는 4개 업체에 대해 재처리수를 사용하게 해 이에 대한 요금 총 10억여원을 부과했다.

감사원은 인천시장에게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인천시가 2015∼2017년 관내 220개 공영주차장에 대한 실시간 주차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시스템 결함을 숨기고 준공검사를 마치면서 예산 낭비가 초래된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 공무원 B씨는 주차장에 설치할 센서 성능평가 오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그대로 센서 장비를 설치하게 했다.

또 사업 준공이 늦어지면 자신의 인사 고과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공영주차장 59곳은 준공검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28곳은 차량 검지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데도 정상인 것으로 상급자에게 허위 보고했다.

그 결과 해당 시스템이 제공하는 실시간 주차정보는 오류가 발생하게 됐고 활용도가 떨어져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이 직원에 대해 감사원은 징계를 요구했다.

이밖에 전남 신안군은 상위 법률의 위임이 없고 주민의 권리 제한 소지가 있는데도 도시계획조례 제·개정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신안군은 지난해 7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개발행위허가를 받을 때 지역 주민의 동의를 받거나 군수와 주민들의 공동지분(30% 이상) 참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신안군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한 데 이어 10월 사업자에게 '개발이익 공유 의향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 추가 규제를 만들었다.

그 결과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조례 개정 전 신청된 개발행위허가 347건 중 개발이익 공유 의향서를 제출한 227건의 경우에만 개발행위허가를 받는 등 발전사업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