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 시작한 첫 번째 이유는 내가 겪은 '종북' 혐오표현에 대한 소송에서 이기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확인한 것은, 내가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었던 것에서 법률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제대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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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 대표를 지낸 이정희 전 의원이 사회적으로 넘쳐나는 혐오표현에 대해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혐오표현을 거절할 자유'를 펴냈다.

일부 세력에게서 '종북' 딱지가 붙여지며 공격 대상이 된 그는 "혐오표현도 표현의 자유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의 주된 근거 가운데 하나는, 어떤 사상이나 의견도 제한 없이 표출될 수 있는 '사상의 자유시장'이 보장돼야 하고, 혐오표현도 제외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며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에서 보호돼야 할 것은 '혐오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혐오표현을 거절하고 비판할 표현의 자유'다"고 역설한다.

이정희 전 의원의 신간 '혐오표현을 거절할 자유'
이정희 전 의원의 신간 '혐오표현을 거절할 자유'
우리 사회는 '인간의 존엄'과 '공존의 권리'를 침해하는 혐오표현이 넘쳐난다.

수많은 이가 인터넷에서 사상, 지역, 성, 인종 등을 이유로 혐오표현을 손쉽게 쏟아내지만 법적 제재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혐오표현을 거절할 경우 피해자는 더욱 심해진 혐오표현의 공격을 속수무책으로 감내해야 한다.

혐오표현을 거절하고 비판할 자유가 사실상 없어서다.

이번 책은 혐오표현 전반을 다뤘지만, 저자가 주로 겪은 '종북' 혐오표현 문제에 집중했다.

저자는 2012년 통합진보당과 그 구성원들에 대해 국정원, 새누리당, 언론의 '종북' 공격이 쏟아진 뒤로 민주진보진영 모임에서조차 자신이 달갑지 않은 존재가 되는 것을 느꼈다.

한번 '종북'으로 몰리면 어떤 반론도 먹혀들지 않아 결국 소송으로 대처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적·정치적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종북몰이는 사라지지 않은 채 극우세력이 자신을 계속 '종북'으로 몰아붙였다고 안타까워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일부 매체의 '종북' 용어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명예훼손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저자가 "정치인이면 '종북', '빨갱이'로 불려도 그저 참아야 하느냐"며 혐오표현 거절의 자유를 위해 이번에 책을 펴낸 이유다.

"내가 '종북'으로 불린 이유는 결국,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대표였기 때문이다.

극우매체가 내놓은 근거란 앞뒤를 잘라 본뜻과 달리 해석한 나의 말 몇 마디뿐이다.

정치인으로서 내가 내놓았던 어떤 법안도, 어떤 정책도 '종북' 표현의 근거가 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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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이 전 의원은 한국 사회에서 혐오표현이 어떻게 이뤄지며, 그 특성은 또 무엇인지 밝힌다.

그리고 혐오표현이 왜 나쁜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오염의 나락으로 빠뜨리는지 살피고, 현행법의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범주를 넘어 '혐오표현'의 이름으로 규제 대상이 될 필요가 있는 표현이 어떤 것인지 국제규범 등을 참조해 기준을 제시한다.

더불어 역사적·구조적 연원에 의해 형성된 다수집단이 소수집단과 구성원에 대한 배제 또는 축출을 주장하거나 정당화하며 차별하거나 적대하는 표현만 '혐오표현'으로 정의해 규제 대상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

이같이 규제하는 이유는 '혐오표현'이 헌법상 모든 기본권의 전제인 '인간의 존엄'으로부터 나오는 소수집단과 그 구성원의 '공존할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 심판 선고에 따라 해산됐고 소속 의원 5명도 의원직을 상실했다.

들녘. 327쪽. 1만5천원.
이정희 전 의원의 신간 '혐오표현을 거절할 자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