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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한불교조계종에 현금 50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한 설매(73) 보살과 연취(67) 보살 등 두 여성 불자는 거액을 내게 된 배경을 묻자 차분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소박한 옷차림으로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 사무실을 찾은 두 보살은 50억원이라는 큰돈을 기부 약정하는 상황에도 별다른 흥분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두 보살은 기부 전달식에 앞서 기자들과 간단히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오히려 큰 부담이 된 듯했다.
긴장된 마음에 둘은 손을 꽉 잡았다.
설매 보살은 그나마 기부를 하게 된 이유나 배경 등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편이었지만 연취 보살은 제대로 말을 못하고 간혹가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이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기부를 통해 네팔에 학교를 짓고, 몽골에 유치원과 케냐에 여학생 기숙사를 각각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기부 자체가 모두 비공개였다.
여태껏 기부하면서 기념행사를 가진 적도, 실명을 공개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도 끝내 설매, 연취라는 법명 외에는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간담회 자리에 함께한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은 "그간 보시, 기부를 하셔도 본인들을 내세운 적이 없는 분들"이라며 "(다른 분들이) 뜻을 내 더 동참하시면 좋겠다는 뜻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설매 보살은 비승비속(非僧非俗)이다.
비구니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속세에 사는 재가 불자도 아니다.
하지만 꼭 삭발하고, 법복을 입는다고 저절로 수행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정식 출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오랜 시간을 사찰에서 지내면서 곳곳의 여러 고승을 만나 불법을 배웠다고 했다.
"제가 비승비속이라 가진 돈이 없어 1억원을 내게 됐어요.
나머지는 옆에 보살님이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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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 앉은 연취 보살은 보통의 사람이라면 만지기조차 어려운 49억원을 자신의 재산을 팔아 마련했다.
그는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듯 간담회 내내 겸손함을 자세를 잃지 않았다.
연취 보살은 설매 보살과 지인의 소개로 만나 37년간 불법을 매개로 인연을 이어왔다.
"지난 37년 동안 (설매) 보살님이 안 계셨으면 제가 어찌 이 자리에 와 앉아 있을까요.
전법을 하면서 정확히 가르쳐 주시고, 야단도 치시고, 격려도 해 주시고요.
도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런 말 처음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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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보살은 기부금이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을 짓는 데 써달라면서 절 이름을 꼭 분황사로 해달라고했다.
설매 보살에게 왜 사찰명을 분황으로 해야 하는지를 묻자 "분황이라는 게 범어(산스크리트어)로 '최고의 연꽃'이라는 뜻"이라며 "제 마음속에 분황이 자리 잡고 있다.
절을 지으면 꼭 분황으로 하리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간담회 내내 말을 이어온 설매 보살에게 나이에 비해 상당히 건강하게 보인다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채식을 하면 건강해진다"면서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병원을 가거나 먹는 약이 하나도 없다"며 "'오신채(五辛菜)'를 먹지 않고도 이렇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