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이가 까불이 때려잡는 결말, 저도 놀랐어요"
배우 공효진(39)은 별명이 '공블리'(공효진+러블리),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다.

드라마 '파스타'(2010), '최고의 사랑'(2011), '주군의 태양'(2013), '질투의 화신'(2016)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붙은 수식어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은 그런 그가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그것도 자신의 주특기인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온 작품이다.

8살 아들 필구를 데리고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하는 싱글맘 동백은 현실 어딘가에서 진짜 존재할 것처럼 생생한 공효진 특유의 연기를 만나 빛을 발했다.

마지막 회 평균 시청률은 21.75%(닐슨코리아)로 올해 KBS 미니시리즈 중 최고기록을 찍었다.

최근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로 만난 공효진은 "화제성이나 시청률보다는 촬영하며 만족감이 들었던 드라마"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보통은 하루빨리 끝내고 쉬고 싶어하는데, '동백꽃 필 무렵'은 그렇지 않은 유일한 드라마였어요.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끝난다는 게 믿기 싫은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임상춘 작가님도 배우들만큼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는 걸 힘들어하시는 것 같고요.

'옹벤져스'도, 필구도, 종렬이도, 안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더라고요.

모두가 그렇게 느낀 작품도 참 드문데, 지금도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
'동백꽃 필 무렵'은 여성 주인공이 편견에 맞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스토리라인과 더불어 여성 인물들이 서로를 질투하거나 미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며 연대하는 모습을 그려 호평받았다.

휴먼드라마와 스릴러가 뒤섞인 이 드라마에서 연쇄살인범 까불이를 잡는 '최후의 1인'이 동백이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공효진 자신도 "까불이를 제가 잡을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저도 동백이가 (까불이를) 때려잡는 걸 보고 놀랐어요.

스포일러 우려 때문에 완벽한 대본은 나중에 받았거든요.

지금까지 전 대부분 그런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항상 제 취향대로 여주인공은 늘 주체적인 인물이었고, 본인 힘으로 성공에 이르는 이야기였죠. 물론 모든 대본을 볼 순 없고 시놉시스 정도만 보고 들어가지만 작가님을 믿고 가는 거죠. 그게 예상보다 덜할 때도 있고 훌륭할 때도 있는데 '동백꽃 필 무렵'은 '내가 또 잘 찾아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배우 공효진은 상대 배우와의 '케미'(케미스트리)로 유명하다.

그가 하는 연애 연기는 정말 사랑에 빠진 것처럼 늘 자연스럽다.

남배우들이 꼽는 '함께 연기하고 싶은 여배우'로 그의 이름이 종종 거론되는 이유다.

공효진은 자신의 연기 비결에 대해 "주먹구구식 연기"라고 말하며 웃었다.

"저는 화음을 잘 넣는 사람이 아닌가 싶어요.

정확히 계산하고 준비하는 배우들은 상상했던 것과 다른 상대방의 대사를 들었을 때 놀라기도 하고, 그래서 준비했던 걸 부수고 새로 쌓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도 해요.

전 정확하게 결정하지 않고 현장에 가서 어떻게든 상대에 맞춰요.

제가 그렇게 까탈스러운 스타일도 아니고 고집스러운 성격도 아니에요.

외운 대사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촬영에 들어가는데, 그러려면 상대의 얘기를 잘 들어야 해요.

그래서 상대의 얘기를 경청하고 리액션도 잘해서 진짜 감정으로 비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공효진은 안방극장에 나오지 않던 지난 3년간은 장르 영화에 집중했다.

스릴러 영화 '미씽'(2016)과 '도어락'(2018)에 출연했고, 올해 초 개봉한 '뺑반'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경찰로 분했다.

다양한 연기 변신을 시도했지만, 아직도 대중에 가장 친숙한 공효진은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공블리'다.

"'공블리' 같은 수식어는 좋아해요.

제가 제일 잘하는 거, 주 종목이잖아요.

다만 변신은 배우의 숙명이라 생각해요.

이 악물고 모두가 변신이라고 생각하는 걸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고요.

더 잘할 거라는 기대가 어렵기도 하고 가혹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진짜 변신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쌓인 응어리가 풀리면서 성취감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생각에 도전 욕구가 생기네요(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