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기관지 "솔직하고 고지식해야"…최고지도자 심기 우려 허위보고 비일비재
북한이 26일 간부들에게 거짓보고하거나 허풍을 떨어서는 안 된다며 솔직하고 고지식한 사람이 되라고 주문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솔직성과 고지식성은 혁명가의 중요한 품성' 제목의 논설에서 "수령 앞에 언제나 솔직하고 고지식한 것은 마땅한 도리이고 본분"이라며 "영도자 앞에 솔직하고 고지식한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추호의 비관을 모르고 영도자를 믿고 따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혁명 역사에서 충신들도 많았지만 앞에서는 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서는 사리와 공명만을 추구하던 가짜 혁명가들도 있었다"며 "이런 사람들은 당의 사상과 노선, 정책에 대해 후론(뒷말)하기 좋아하고 집행에서도 내용보다 형식에 더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이 잘 안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에 걱정을 끼친다고 하면서 거짓 보고를 올리고 허풍을 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 간부들의 허위보고 현상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체제 구축 초기인 1970년대 초 영화부문 창작가들이 제대로 된 연출 대본도 없이 보름 만에 장편영화를 만들겠다고 보고했다가 호된 꾸지람을 들었던 사실을 꼽았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허풍쟁이들은 예외 없이 공명 출세주의자들이고 아첨쟁이들"이며 "허풍쟁이들이 특히 위험한 것은 자신을 누구보다도 당성이 강하고 당과 혁명 앞에 충실한 사람으로 가장하여 나서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가식과 아첨이 많고 약삭빠른 사람들은 순탄한 시기에는 열성을 내고 만세를 부르다가도 준엄한 정세가 조성되면 예외없이 당의 권위, 혁명의 이익보다 일신의 안락을 먼저 생각하고 나중에는 당과 혁명을 배신하는 길에 굴러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일을 하느라면 과오도 범할 수 있다.

정직한 사람들은 설사 죽을죄를 지었다고 하여도 솔직히 반성하고 결함을 빨리 고쳐나간다"며 간부들의 솔직성을 거듭 당부했다.

신문의 이런 언급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지도 과정에서 솔직한 보고를 올리지 않은 간부들을 비판하며 기강잡기를 하는 것과 연관돼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9일(보도날짜) 군 산하 '8월25일수산사업소'와 새로 건설한 '통천물고기가공사업소'를 찾은 자리에서 "인민무력성 본부에 각 부서들이 있고 숱한 장령(장성)들이 앉아있는데 누구도 당에서 관심하는 수산사업소에 계획된 대상건설이 부진 상태임을 보고한 사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7일 리모델링 공사중인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시찰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일꾼(간부)들과 설계일꾼들이 제때에 당 중앙에 보고하고 마감공사를 질적으로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겠는데 가만히 앉아 구경이나 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에서 간부들은 최고지도자의 '심려'를 내세우거나 처벌을 두려워하며 실정을 그대로 보고하지 않거나 과장된 허위 보고를 올리는 현상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