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피해자 10명과 '실종 분류' 초등생 등 11명 영혼 위로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 "과거 많은 희생 발생한 것 깊이 사과"

"나무극락도사아미타불, 나무관음세지양대보살, 나무대성인로왕보살마하살…"
제를 올리기에 앞서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는 '거불' 의식에 장내는 더 숙연해졌다.

23일 경기도 화성시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효찰대본산 화성 용주사 경내 관음전에서는 화성연쇄살인사건 피해자의 넋을 기리는 합동 위령제(慰靈齋, 위령제의 불교식 표현)가 봉행됐다.

"화성연쇄사건 피해자 극락왕생하길" 용주사서 합동위령제(종합)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화성 태안과 정남, 팔탄, 동탄 등에서 10대 어린 초등학생부터 70대 할머니까지 11명의 여성이 무참히 희생된 사건이다.

이날 위령제에는 용주사 주지 성법스님과 불자들, 아직 실종사건으로 분류돼 있으나 이춘재가 살해했다고 자백한 초등학생 피해자의 유족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 등이 참석했다.

위령제는 피해자의 영혼을 법단으로 모셔오는 '시련' 의식으로 시작해 영혼을 영단에 모시고 천도의식을 고하는 '대령' 의식, 고혼을 깨끗이 씻고 정화하는 '관욕' 의식 등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피해 영령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용주사 본말사 주지 스님들이 천도염불을 집전하고 용주사 주지 성법스님의 추도사, 헌화 등이 이어졌다.

성법스님은 "33년간 묻혀 있던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상황에서 그동안 고통받아온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위령제를 마련했다"며 "억울하게 희생된 고혼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다시는 이런 끔찍한 사건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기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추도사를 통해 "안전을 지키는 것이 경찰의 존재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많은 희생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사과와 함께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사건의 진실을 정확히 알려드리는 것이 경찰의 책무인 만큼, 수사본부에서 모든 사건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확인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수사 과정에 과오가 있었다면 그 역시 사실대로 숨김없이 밝히고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배 청장이 추도사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화성 실종 초등생의 아버지가 당시 수사 관계자를 처벌해달라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30년 동안 (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경찰들이 은폐해서 시신까지 다 없애버렸다.

(은폐한) 경찰은 누가 잡아야 하나.

왜 못 잡고, 왜 처벌 못 하나"며 "나는 (딸의) 시신도 못 찾았다.

(그 경찰이 시신을) 어디 감춰서 숨겨놨는지. 경찰이 두 번 죽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춘재의 범행 시그니처(범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성취하기 위해 저지르는 행위)를 고려할 때 실종 초등생 시신은 당시 유류품이 발견된 현장 근처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면서, 당시 수사 책임자(퇴직)가 시신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위령제는 추도사에 이어 살풀이, 영혼을 극락왕생시키기 위해 천도재를 올릴 때 법식을 베풀고 경전을 읽어주는 '시식' 의식, 초청된 영혼을 돌려보내는 '봉송' 의식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화성연쇄사건 피해자 극락왕생하길" 용주사서 합동위령제(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