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를 향해선 “삼고초려를 해도 모자랄 판국에 신남방정책에 북남관계를 슬쩍 끼워넣으려 한다”고 비아냥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5일 청와대가 김정은에게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장이 부산에 가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 차례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못 온다며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냈다”며 물밑 접촉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남북 관계와 상관없는 다자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통신은 “종이 한 장의 초청으로 험악한 상태를 손바닥 뒤집듯이 가볍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오산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부산 초청’을 거부한 것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북측의 일방적인 불참 통보 이후 두 시간여 만에 “남북한 정상이 모든 가능한 계기에 자주 만나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함께 평화 번영을 위해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자리를 같이하는 쉽지 않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