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연속 무득점 행진…상대 수비벽 뚫을 확실한 득점 루트 절실
브라질전서 벤투호 출범 후 최다 실점…강팀 막을 수비 조직력 필요
드러난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 과제…빈공과 우물 안 빗장수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중동 원정 2연전으로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데이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제 태극전사들은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을 앞두고 다시 소집된다.

E-1 챔피언십이 벤투호의 올해 마지막 경기이지만, 이 대회는 A매치 데이에 치러지지 않아 해외파 차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중동 원정 2연전은 '완전체' 벤투호가 치른 올해 마지막 경기다.

태극전사들은 이번 원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공격은 허약했고, 강한 줄 알았던 수비는 아직 아시아권에서만 통하는 수준이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진출을 통해 10회 연속 본선 진출 목표를 이루려는 한국 축구로선 적지 않은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 무득점, 또 무득점…드러난 빈약한 공격력
벤투호는 지난달 북한과의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3차전부터 이번 레바논, 브라질전까지 3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FIFA 랭킹 3위인 브라질과의 평가전은 논외로 하더라도, 북한, 레바논과의 원정 경기에서 득점하지 못한 건 매우 아쉬운 결과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 김신욱(상하이 선화) 등 스타일이 다양한 아시아 최강의 공격수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음에도 약팀들을 상대로 2경기 연속 확실한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후방부터 차곡차곡 패스를 쌓아나가며 공격의 길을 뚫어가는 벤투 축구가 한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열악한 그라운드 상태와 상대의 밀집 수비를 한 번에 뚫어내는 데엔 때로는 선 굵은 '롱볼 축구'가 해답이 될 수도 있지만, 벤투 감독은 늘 비슷한 공격 방식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2차 예선 남은 4경기와 그다음 최종예선에서 약팀들은 또 수비 일변도의 전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더 유연한 전술로 이들을 상대하지 않는다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금자탑은 세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벤투 감독뿐 아니라 공격수들도 더 영리한 판단과 개인 전술로 약팀이 친 수비벽을 허물 수 있어야 한다.

드러난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 과제…빈공과 우물 안 빗장수비
◇ '우물 안 빗장수비'였나…삼바 댄스에 '와르르'
벤투호는 레바논전에서의 무기력한 무승부에도 2차 예선 4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기록으로 자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미 최강' 브라질의 공격 앞에서 벤투호 수비의 민낯이 드러났다.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는 모습, 파비뉴에게 황의조가 섣부른 태클을 가해 필리피 코치뉴의 프리킥 골에 빌미를 내주는 장면 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선수들은 브라질을 상대하면서 '한 차원 높은 축구'를 경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나 스스로가 드러낸 약점들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황희찬은 "브라질 선수들은 굉장히 기술이 좋았다"면서 "많이 배운 경기였다.

우리도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그 기술을 경기장에서 어떻게 끄집어낼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재(베이징 궈안)는 "수비조직에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 세 번째 실점 때 조직력이 흐트러진 게 문제였다"면서 "나는 물론 동료들도 강팀과 경기하면서 많이 배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선 진출이 벤투 감독 앞에 놓인 첫 번째 과제라면,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만들어나가는 것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한 임무다.

강팀의 수비를 뚫어낼 공격은 공격수의 능력에 대부분 기대야 하지만, 강팀의 공격을 막아낼 수비는 전술과 조직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수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길 원하는 태극전사들은 브라질처럼 우리보다 FIFA 랭킹이 더 높은 남미와 유럽의 강팀을 상대로 꾸준하게 평가전을 치르기를 바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