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10년 내 한·일 사이에 가장 의미 있는 경제 협력"
남은 과제 적지 않아…경영권 행사·신산업 투자 등에 '운영의 묘' 필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일본 포털업체 야후 재팬이 경영통합을 공식화함에 따라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터넷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양사의 통합 방식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50으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조인트벤처가 Z홀딩스의 최대 주주가 되는 구조다.
Z홀딩스는 메신저 플랫폼인 라인, 포털인 야후 재팬, 커머스 플랫폼인 야후 쇼핑과 조조, 금융서비스인 재팬넷뱅크 등을 산하에 두게 된다.
이번 통합은 양사가 미국과 중국의 '인터넷 시장 패권'에 맞설 기업 설립에 뜻을 모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전 세계의 인터넷 업계는 미국의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와 중국의 BATH(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가 주도하고 있다.
라인이나 야후가 단독으로 이들 기업에 맞서기는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양측의 통합으로 탄생하는 기업은 미·중 인터넷 패권 기업에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라인은 일본에만 이용자 8천만명을 보유하고 있고,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사용자 등을 합하면 총 1억6천4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메신저다.
또 야후 재팬은 이용자 수 5천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2위 검색 엔진이며 결제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양사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AI(인공지능)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최근 AI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이날 언론에 보낸 입장 발표에서도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AI 기반의 새로운 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지난달 28일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데뷰(DEVIEW) 2019'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패권에 대항할 한국 중심의 새로운 글로벌 흐름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할 계획"이라며 '유라시아 AI 연구 벨트'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연구 벨트가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기술력에 견줄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흐름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청사진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정의(孫正義·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역시 지난 7월 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결제 시장도 양측의 협력이 기대되는 분야다.
현재 야후는 페이페이(Paypay), 라인은 라인페이(LINE Pay)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두 회사가 각종 포인트와 캐시백 등을 제시하며 치열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통합하게 되면 결제 시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측은 "이번 경영 통합이 핀테크 분야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기술을 통한 새로운 사업 영역 진출 가능성을 높인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양사의 통합이 일본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와 메신저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다음(포털)과 카카오(메신저)의 합병에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카카오톡은 2014년 다음과 합쳐진 이후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음의 창업자인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결합에 대해 "최근 10년 내 한국과 일본 사이에 일어난 경제 협력 가운데 가장 의미가 큰 사례가 아닐까 싶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라인과 야후 재팬 두 회사는 시가총액 30조가 넘는 회사가 돼 일본 1위 인터넷 회사가 되는 것은 물론 동남 아시아를 같이 공략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털·메신저·커머스·간편결제 등 두 회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만 그런 회사를 일본 소프트뱅크와 한국 네이버가 50:50으로 소유하고 공동 경영을 한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사가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양사는 어떤 방식으로 Z홀딩스의 경영권을 행사할지에 대해 결정하지 않아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노출할 수 있다.
이후 경영 과정에서도 신산업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를 포함해 구체적인 사업 방식을 놓고 충돌할 수도 있어 양측이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양측이 합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고객에 대한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경영 통합을 하지 않으면 양측이 모두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