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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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가 한진칼 거버넌스위원회의 참여를 요청했다.

KCGI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한진칼의 2대 주주로서 주주 가치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하는 거버넌스위원회에 단 한명이라도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지난 8일 이사회에서 기업지배구조헌장의 제정, 거버넌스위원회, 보상위원회 설치 등을 결의했다. 대한항공은 같은 달 7일 이사회에서 지배구조헌장의 제정,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보상위원회 설치 등을 결의했다.

KCGI는 그동안 한진그룹을 상대로 낙후된 지배구조의 개선을 요구해왔다. 연초에는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통해 기업지배구조헌장 도입, 지배구조위원회의 설치, 보상위원회의 설치 등을 제안했다.

KCGI 측은 "한진그룹이 KCGI와 전혀 협의없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으나, 시장에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이번 조치가 검사인 선임 과정에서 밝혀진 대주주 일가의 보수 및 퇴직금 지급 관련 위법사실을 가리기 위한 미봉책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KCGI의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검사인 선임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에 대한 보수 및 퇴직금 지급에 있어 부정행위 등을 의심할 사유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존 사외이사들은 이러한 관행을 묵인 및 방조해 온 것으로 보인다는 게 KCGI의 주장이다.

KCGI 측은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진칼의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은 법무법인 율촌의 주순식 고문이고, 대한항공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법무법인 화우의 정진수 변호사가 선임됐다고 한다"며 "이들은 모두 대주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로펌의 관계자들로서 과연 위원회가 대주주의 입김과 무관하게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전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기존 경영진의 지인으로 구성된다면 오히려 단 한명의 독립적인 인사도 추천할 수 없는 이중차단장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거버넌스위원회가 비지배주주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대주주 위주의 의사결정구조가 더욱 고착화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KCGI는 "2018년 한진칼 이사회는 독립적인 감사 선임을 봉쇄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1000억원 이상을 차입해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고, 결국 회사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들만으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했다"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 실질적인 개선을 가져오기 위해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KCGI는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없으며 주주로서 감시와 견제 역할을 통해 경영 효율성 및 투명성을 높이고자 한다"며 "한진칼 거버넌스위원회에 단 한명이라도 참여하기를 희망하다"고 했다.

한진그룹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는 문제로는 주력 회사인 대한항공의 과도한 부채비율을 꼽았다. 2019년 3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922.5%(영구채 1조800억원 부채 인식 시 1616.4%)라는 것이다. 2019년 반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코스피200 기업(금융업 제외)들 중 1위고, 이들 기업 평균(90.8%)의 9배를 넘는 실정이라고도 했다.

또 글로벌 경쟁사인 일본항공 싱가포르 항공 등 아시아 주요 항공사의 평균 75~106%와 대비해 현저하게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KCGI는 "새로운 경영진은 과도한 부채비율 축소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미 공개적으로 약속한 송현동 부지매각 등 한진그룹 계열사 비업무용 자산의 조속한 매각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