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대표팀 사령탑, 프리미어12 대결 앞두고 첨예한 '신경전'
김경문, 베이징올림픽 우승 추억…이나바는 "도쿄올림픽 금메달 목표"
김경문 감독 "이나바 쪽으로 날아간 '이승엽의 홈런' 생각나"
김경문(61)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과 이나바 아쓰노리(47) 일본 대표팀 감독이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에서 맞대결에 나서기도 전에 화끈한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10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호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과 이나바 감독의 특별한 인연이 관심을 끌었다.

김 감독과 이나바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적으로 만났다.

당시 김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감독이었고, 이나바 감독은 일본 대표팀의 선수였다.

김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의 야구 금메달을 지휘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한일전으로 열린 준결승전에서 나왔다.

2-2로 맞선 8회 말 1사 1루에서 한국의 4번 타자 이승엽이 일본 좌투수 이와세 히토키의 몸쪽 낮은 직구를 퍼 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결승 홈런을 때려냈다.

김경문 감독 "이나바 쪽으로 날아간 '이승엽의 홈런' 생각나"
이 장면은 이나바 감독에게는 트라우마다.

이승엽의 홈런 타구는 당시 일본 대표팀의 우익수였던 이나바 감독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공은 일장기가 펼쳐진 객석 아래로 떨어졌다.

이 경기에서 일본을 6-2로 꺾은 한국은 기세를 몰아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다.

베이징올림픽의 인연을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11년 전이다.

제가 이승엽의 타구를 보는 데 우측의 이나바 감독님 쪽으로 날아간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김경문 감독 "이나바 쪽으로 날아간 '이승엽의 홈런' 생각나"
이나바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했는데, 졌다.

정말 너무 안타깝고 억울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억울한 심정을 원동력으로 삼아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나바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20년 통산 타율 0.286, 홈런 261개, 타점 1천50개, 안타 2천167개를 기록했고, 2008 베이징올림픽을 이어 2009년·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일본 국가대표로 뛰었다.

2년 전 일본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이나바 감독은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야구 강국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어 한다.

이나바 감독에게 도쿄올림픽은 설욕의 기회이기도 하다.

김경문 감독 "이나바 쪽으로 날아간 '이승엽의 홈런' 생각나"
이나바 감독은 "내년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일본은 꼭 금메달을 따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 역시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김 감독은 "일본이 강하고 좋은 팀이지만 한국도 그에 못지않게 강하니까 좋은 대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국가대표 사령탑으로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그는 베이징올림픽부터 이번 프리미어12 예선까지 12연승을 달리고 있다.

프리미어12에서도 우승을 노린다.

한국은 2015년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김 감독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그러나 연승에 연연하지 않겠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따라오는 게 승리다.

선수와 스태프 모두 즐겁게 경기를 풀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경문 감독 "이나바 쪽으로 날아간 '이승엽의 홈런' 생각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