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을 일상의 모습이 다른 누군가에겐 지우기 어려운 감동을 주는 결정적 장면이 될 수 있다.
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7차 아태뉴스통신사기구(OANA·Organization of Asia-Pacific News Agencies) 총회' 보도사진전에는 가는 발걸음을 불러세울 만큼 숨 막히는 풍경과 사건, 사람들 모습이 가득하다.
매섭게 일렁이는 파도 속에 잠긴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다급히 건네지는 건 어린아이. 절박한 순간 눈감은 아이의 얼굴은 예수처럼 고요해 보인다.
그리스 레스보스섬 해안에 도착한 난민과 아이를 자원봉사자들이 구조하는 모습을 터키 아나돌루통신이 렌즈에 담겼다.
터키에서 출발해 에개해를 건넌 이들은 유럽으로 가 정착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한다.
화산폭발이라도 난 듯 거칠게 치솟는 화염을 배경으로 무심하게 도시락을 먹는 이들의 사진 밑에는 이라크 모술의 소방대원들이란 설명이 달렸다.
다에시(이슬람국가(IS)의 아랍어 약칭) 테러리스트들이 후퇴하며 불을 지른 유정에서 진화작업을 하다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다.
(터키 아나돌루통신) 테러 세력에서 벗어난 시리아 동구타에서 찍힌, 세상 시름을 알기엔 아직 어린 학생과 밀을 수확하는 농부의 모습은 평범해 보이지만 짠한 울림이 있다.
(시리아 SANA통신)
동성커플 혼인을 허용하는 결혼법 수정안이 통과된 데 대한 기쁨을 이기지 못해 부둥켜안고 환호작약하는 호주 캔버라 하원의원들의 모습은 묘한 쾌감을 준다.
(호주 AAP) 이 밖에도 둔황 석굴 불상을 연상시키는 벽돌 가마의 일꾼(방글라데시 UNB통신), 클림트의 그림인가 싶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수제 카펫들(터키 아나돌루통신), 남극해 펭귄떼 같은 누드수영축제(호주 AAP), 기하학적 미감이 충만한 쓰레기 수거 선박(말레이시아 베르나마통신), 삭막한 달 표면처럼 얼어붙은 호수 위 양떼 행렬(중국 신화통신), 그리고 '헉' 소리가 나올 만큼 아름다운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 타가르마 습지 전경 등 눈을 떼기 어려운 장면이 수두룩하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반영해 평양에서 카퍼레이드를 함께하는 남북정상과 최전방 감시초소(GP)가 철거된 비무장지대(DMZ) 풍경을 담은 사진을 걸었다.
이번 사진전은 OANA 총회에 참석한 17개국 21개 뉴스통신사에서 출품한 202점 가운데 선정한 80점을 선보인다.
사회적 반향이 컸던 장면을 담은 작품(27점)과 각국 전통과 정체성을 표현한 작품(28점), 자연을 예술적으로 포착한 작품(25점)을 뉴스, 문화와 생활, 풍경 세 부문으로 나눠 전시한다.
사진전은 7~8일 이틀간 열리며 관람은 무료.
이번 전시품들은 행사가 끝난 뒤에는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1층 로비로 옮겨 상설전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