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불붙은 부유세 논쟁에 억만장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가세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전까지 부유세 도입을 환영한다고 했던 그가 이번에는 비판에 나섰다는 점이다.
빌 게이츠가 2020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의 부유세 구상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게이츠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딜북 콘퍼런스에서 "지금까지 100억 달러(11조6천100억원)를 세금으로 냈고, 앞으로 그 두배를 내도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1천억 달러(116조1천억원)를 내야 한다면 나한테 뭐가 남는지 산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게이츠는 상속세를 인상하는 방안에는 찬성하지만 자산에 매기는 부유세를 6%까지 올리는 워런 의원의 급진적인 공약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이츠는 "세금을 너무 많이 부과하면 미국에서 혁신적 기업을 하기가 어려울뿐더러 자본을 형성하는 데도 위험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아직 워런 의원과 이 사안을 놓고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다"면서도 "워런 상원의원이 세금 문제에 대해 어느정도 마음을 열고 얘기를 할지, 또는 고액 자산가와 대화를 하려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게이츠 외에 제이미 다이먼 JP 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CEO)와 억만장자 투자자인 리언 쿠퍼맨도 워런 의원의 부유세 공약을 비판했다.
게이츠는 지난 9월 "미국이 부유세를 도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그간 부유세를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왔다.
게이츠는 미국 세제 중 부유세와 가장 유사한 게 상속세라며 세율을 수십 년 전 수준인 55%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론도 소개했다.
워런 의원은 5천만 달러(580억 5천만원) 이상 자산가에 부유세를 적용하겠다며, 이를 재원으로 전 국민 의료보험 정책인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을 포함한 다양한 진보적인 구상을 내놨다.
워런 의원은 부유세 반대 의견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도록 돕는 세금을 기꺼이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