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경기 도중 좌완 투수 트래비스 블랙클리가 다쳐 마운드에서 급하게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라서 투수가 바닥났고, 평가전에서 무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호주가 궁리 끝에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린 이는 다름 아닌 불펜코치를 맡은 크리스 옥스프링(42)이었다.
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호주 야구 대표팀의 공식 훈련 전에 만난 옥스프링 코치는 "오랜만에 던졌더니 긴장이 되더라. 긴장감을 에너지로 활용했다"면서 "하지만 한 타자를 상대하고 나니 예전처럼 던질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옥스프링 코치는 잘 던지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호주 대표팀은 메이지야스다생명에 7-6으로 승리했다.
현역 시절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했던 옥스프링 코치다운 일화였다.
2000년 미국프로야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하며 선수 생활을 시작한 옥스프링 코치는 이후 한신 타이거스, 밀워키 브루어스,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kt wiz 등 한·미·일 야구를 두루 거치며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롯데에서 퓨처스(2군) 투수코치로 몸담았다.
롯데는 재계약을 제안했지만 옥스프링 코치는 개인사로 인해 모국인 호주로 돌아갔다.
호주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그리워하던 한국을 다시 찾은 옥스프링 코치는 "복잡한 감정이 든다"며 "하지만 이건 일이고, 완수해야 한다.
나는 코치 일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은 6일 오후 7시 고척 스카이돔에서 호주와 프리미어12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가장 중요한 1차전 상대인 호주 전력 분석에 공을 들였다.
호주 역시 오랜 기간 KBO리그에 몸담은 옥스프링 코치의 정보에 귀를 기울인다.
옥스프링 코치는 "투수들에게 한국 대표팀에서 경계해야 할 타자나 발 빠른 타자들에 관해서 얘기해 줬다"며 "하지만 일단 경기가 시작하면 선수들이 각자 편한 방식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BO리그의 경험이 있는 워윅 서폴드(한화 이글스), 트래비스 블랙클리(전 KIA 타이거즈)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호주 대표팀에 큰 손실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두 선수가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던진 경험이 있기에 더 안타깝다"며 "나머지 선수들이 그 공백을 잘 메워주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옥스프링 코치는 호주의 1차전 선발인 우완 팀 애서튼에 대해서는 "경쟁력이 있는 투수다.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경기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나오는 선수다.
물러서는 법이 없다"며 "정말로 불같은 성미를 가진 투수"라고 소개했다.
애서튼은 호주프로야구(ABL) 브리즈번 밴디츠 소속으로 2018-2019시즌 10경기에 등판해 완투 1번을 포함해 7승 무패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하며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7위에 올랐다.
옥스프링 코치는 "한국인 어려운 상대이긴 애서튼이 잘 던질 것이다.
정말로 타이트한 승부가 될 것"이라며 "좋은 투수력과 좋은 타격을 가진 두 팀이 대결하는 만큼 흥미진진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이 그리웠느냐는 질문에 싱긋 웃으며 "무척 그리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