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수상…조해진, 윤선영·필립 하스도 영예
대산문학상 오은 "귤보다 귤락 같은 사람들 이야기"(종합)
"'나는 이름이 있었다'에 실린 시를 쓰던 시간은 귤의 과육이 아니라 귤락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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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학재단이 주관하는 제27회 대산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오은(37) 시인은 4일 서울 교보빌딩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시집 '나는 이름이 있었다'로 상을 받게 된 그는 귤을 감싼 섬유질인 '귤락'을 자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라 비유했다.

오은 시인은 "귤락이 더 멀리 뻗어 나갈수록 그물망이 더 촘촘해질수록 내 우주는 따라 성장했다"면서 "낮지만 깊고 어둡지만 진한 이야기,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고 귀 기울이지 않지만 팽팽해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집이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을 끌어내고 사람의 내면을 다각도로 이야기했다'고 평가했다.

대산문학상 오은 "귤보다 귤락 같은 사람들 이야기"(종합)
소설 부문 수상작은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을 쓴 조해진(43) 작가에게 돌아갔다.

프랑스로 입양된 '문주'가 세월이 흘러 임신을 한 채 한국에 돌아와 겪는 일을 그렸다.

'작가가 천착해온 역사와 현실, 개인과 집단의 문제를 한 차원 끌어올려 자신의 정체성과 근원을 추구했다'는 평을 받았다.

조해진 작가는 "소설 속에 기지촌 여성, 미혼모처럼 사회와 역사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연대가 담겨 있다"면서 "생명과 연대에 대한 진심을 담아 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생각했던 '단순한 진심'은 새로운 생명과 함께하고 떠나가는 생명을 애도하는, 생명에 대한 진심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산문학상은 희곡 부문에서 수상작을 내지 않았다.

최종 후보작으로 고영범의 '에어콘 없는 방', '김수희의 '말뫼의 눈물', 백하룡의 '뼈의 기행' 등 6개 작품이 올라왔다.

그러나 '상의 무게에 값하는 문학성과 공연성을 두루 갖추는 데 이르지 못했다'다며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산문학상 오은 "귤보다 귤락 같은 사람들 이야기"(종합)
박형서 원작 소설 '새벽의 나나'를 독일어로 번역한 윤선영(51)과 필립 하스(49)가 번역 부문에서 수상했다.

오스트리아 빈에 머무는 두 사람은 이날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빈대학교 동아시아학연구소 한국학과 전공 강의 교수로 있는 윤선영 번역가는 "이번 수상을 통해 한국 문학에 대한 새로운 꿈이 생기게 됐다"는 수상 소감을 보내왔다.

그는 "K팝을 비롯한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시작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이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필립 하스는 "번역이 잘 되었다는 건 원작이 좋아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공을 원작자에 돌렸다.

대산문학상 오은 "귤보다 귤락 같은 사람들 이야기"(종합)
대산문학상은 교보생명 창업주인 대산 신용호 선생이 창립한 대산문화재단이 1년여 동안 발표된 한국 문학 작품 가운데 작품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을 부문별로 선정해 시상한다.

1993년 제1회 시상을 시작으로 매년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5천만원이 수여된다.

시와 소설 수상작은 번역 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출간된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