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좋아요'는 원래 '멋져요' 였다
애플의 아이팟, 아이폰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세계 정보기술(IT)업계 지형도를 바꿔놨다. 이 성공엔 ‘디자인’의 힘이 컸다. 대중은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에 매혹됐다. 여전히 세계적으로 애플 마니아가 양산되는 것은 디자인 영향이 크다. 애플 제품에는 이를 자랑하듯 ‘캘리포니아에서 디자인된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기도 하다. 여기서 ‘캘리포니아’는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를 의미한다.

<실리콘밸리 디자인의 역사>는 애플을 포함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해온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캘리포니아예술대학 산업디자인 교수이자 스탠퍼드대 기계공학부 자문 교수를 맡고 있는 배리 카츠다.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디자인 기업 IDEO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기업, 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디자인의 역할은 오랜 시간 간과돼왔다. 디자인의 영역은 항상 거대했지만, 그 역할이 제대로 이해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디자인 연구는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수십 년 전 차고에서 애플의 창업을 꿈꾸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지금도 애플뿐 아니라 페이스북, 구글, 휴렛팩커드(HP) 등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많은 IT 기업이 디자인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디자이너가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IT 기업의 디자인 본부를 중심으로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 회사와 부티크스튜디오, 연구소, 비영리단체가 한데 모여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치열하다. 사소한 부분까지 정교하게 다듬어 시장에 내놓는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은 원래 ‘like’가 아니라 ‘awesome’이었다. ‘awesome’은 ‘굉장한’ ‘엄청난’ 등 멋지다는 것을 감탄하며 하는 말이다. 선뜻 버튼을 누르기엔 기준이 높기에 디자이너들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기준을 한 단계 낮추면서도 이용자의 자신감을 담아낸 동사를 찾았고, 그것이 바로 ‘like’였다. 이 버튼이 공개된 지 몇 달 후, 페이스북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디자이너는 엔지니어, 연구원, 프로젝트매니저와 나란히 앉는다. 디자인 실장들은 회사의 경영진과 함께 2주에 한 번 같은 테이블에 앉아 회의한다.

디자인을 더 중시하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도 맞물려 있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이들은 감각적인 디자인에 빠르게 반응하고 받아들인다. 단순히 제품 및 서비스와 상호작용하는 것만 원하는 게 아니다. 페이스북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속도와 편리함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길 원한다.

저자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제대로 된 디자이너가 없으면 기업이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앞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디자인 연구는 더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