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
고담시의 광대 아서는 코미디언을 꿈꾸며 열심히 일하지만, 정신질환으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회부적응자다. 청소년들에게 뭇매를 맞고, 직장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 성인들은 약자인 그를 감싸주지 않고 오히려 공격한다. 편견이 없는 어린이들만 아서의 코미디를 보고 웃지만, 그 웃음마저 아이의 엄마가 차단한다. 그나마 아서의 숨통을 틔우던 정신과 상담 기회마저 시의 예산 부족으로 사라진다. 아서는 부유한 시장 토마스 웨인(배트맨인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지만, 거부당하고 만다.
영화는 어린이가 아서를 보고 웃는 장면을 통해 편견에 사로잡힌 어른들을 질타한다.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사회제도도 비판한다. 지위와 빈부 격차에 따른 차별이 악의 씨앗이라고 경고한다.
조커의 악행은 억압받고 무시받는 하층민의 분노를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커진다. 군중도 조커를 따라 폭동을 일으키고, 폭력을 행사한다. 무시받던 아서는 조커가 된 뒤 존재감이 커지고 희열마저 느낀다. 이는 앞으로 조커의 악행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임을 시사한다.
고담시는 1980년대 뉴욕시를 연상시킨다. 거리에는 낙서와 쓰레기가 뒤범벅돼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범죄가 들끓을 수밖에 없다. 1990년대 들어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낙서를 지우고 청소를 깨끗이 하면서 뉴욕의 범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