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테보리도서전 폐막…북유럽서 'K북' 가능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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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빈국 참가…한강·김언수 작가 주목
"한국 책 번역 늘려야…문화 교류 확대 기대"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2019 예테보리국제도서전이 29일(현지시간) 나흘간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주빈국으로 초청된 우리나라는 작가 9명을 비롯해 17명의 저자가 참석해 한국 문화를 알렸다.
북유럽 중심 국가인 스웨덴에서 열린 이번 도서전 참가로 'K-북'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 독서율 1위국 스웨덴서 주목받은 한국문학
도서전이 열린 예테보리는 스웨덴에서 스톡홀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지만, 인구는 50만명 수준이다.
도서전 기간에도 거리는 한산했지만 행사장 내부는 오전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약 1만1천㎡ 전시장에 40개국, 800여 개 기관 부스가 설치된 이번 도서전에는 출판 관계자와 일반 관람객 등 약 8만5천여명이 모였다.
전시와 작가와의 만남, 각종 체험 행사에 관객이 끊이지 않았다.
별도 홀에서 진행된 300여개 세미나에도 긴 줄이 이어져 스웨덴인들의 독서 열기를 실감케 했다.
한국 작가 가운데에는 맨부커상 수상 소설가 한강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의 세미나에는 정원보다 많은 사림이 찾아 일부는 발길을 돌려야 했고, 세미나 후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이들이 몰렸다.
한강의 작품은 스웨덴에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흰' 3편이 번역 출간됐다.
스릴러 강국 스웨덴에서 김언수도 주목받았다.
청부살인업자를 소재로 한 그의 장편 '설계자들'이 지난해 스웨덴에 출간됐다.
도서전에는 김지은, 이수지, 이명애 등 그림책 작가들도 함께했으며, 영화, 음식, 전통음악 등 다채로운 한국 문화를 선보이는 자리도 마련됐다.
프리다 에드먼 예테보리국제도서전 디렉터는 "시야를 넓히고 영감을 준 한국 작품과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었고, 독자들이 새로운 작품과 작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주빈국 한국에 감사드리며 양국의 문학 교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판·문학계는 이번 도서전으로 북유럽에서 'K-북'의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고 평가한다.
스웨덴 관람객들도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표하며 양국의 교류 확대를 기대했다.
환나 닐손은 "한국 작가들을 만날 아주 좋은 기회였다"며 "아직 스웨덴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책이 많지 않은데 더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학과 K-팝뿐 아니라 역사와 전통 등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두 나라 사이에 더 많은 교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번역·교류 확대 과제…"스웨덴 독서 문화·정책 배워야"
한국 문학과 출판의 해외 진출 범위가 넓어지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해결할 과제로는 일단 번역 문제가 꼽힌다.
스웨덴에 지금까지 번역된 한국 작품은 33종에 그친다.
작가 기준으로 따지면 20여명에 불과하다.
윤부한 한국문학번역원 해외사업본부장은 "1976년 김지하 '오적'이 스웨덴에서 출간된 이후 올해까지 1년에 한 편도 번역이 안 된 셈"이라며 "가장 큰 이유는 번역가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문학의 북유럽 진출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윤 본부장은 "스톡홀름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금은 한국학과 신입생이 60명에 달한다"며 "번역가 수가 늘면 한국문학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독자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벨상의 나라 스웨덴은 국민들이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이기도 하다.
국민 연평균 독서율이 90%에 육박해 세계 1위다.
공공 도서관 이용률도 세계 1위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말괄량이 삐삐'로도 유명한 스웨덴은 독서 진흥을 문화정책 1순위로 둔다.
아만드 린드 스웨덴 문화부 장관은 도서전 개막식에서 "책을 읽지 않으면 인간에게 아주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고 믿는다.
정부는 책 읽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도서관은 문학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모두에게 열린 안식처"라고 강조했다.
한국도 도서의 해외 진출과 독서 문화 확대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설가 현기영은 "스웨덴 국민들이 책을 사랑하고 한국문학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감동했다"며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책을 가장 안 읽는다는데, 스웨덴에서 배워 독서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국 책 번역 늘려야…문화 교류 확대 기대"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2019 예테보리국제도서전이 29일(현지시간) 나흘간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주빈국으로 초청된 우리나라는 작가 9명을 비롯해 17명의 저자가 참석해 한국 문화를 알렸다.
북유럽 중심 국가인 스웨덴에서 열린 이번 도서전 참가로 'K-북'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 독서율 1위국 스웨덴서 주목받은 한국문학
도서전이 열린 예테보리는 스웨덴에서 스톡홀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지만, 인구는 50만명 수준이다.
도서전 기간에도 거리는 한산했지만 행사장 내부는 오전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약 1만1천㎡ 전시장에 40개국, 800여 개 기관 부스가 설치된 이번 도서전에는 출판 관계자와 일반 관람객 등 약 8만5천여명이 모였다.
전시와 작가와의 만남, 각종 체험 행사에 관객이 끊이지 않았다.
별도 홀에서 진행된 300여개 세미나에도 긴 줄이 이어져 스웨덴인들의 독서 열기를 실감케 했다.
한국 작가 가운데에는 맨부커상 수상 소설가 한강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의 세미나에는 정원보다 많은 사림이 찾아 일부는 발길을 돌려야 했고, 세미나 후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이들이 몰렸다.
한강의 작품은 스웨덴에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흰' 3편이 번역 출간됐다.
스릴러 강국 스웨덴에서 김언수도 주목받았다.
청부살인업자를 소재로 한 그의 장편 '설계자들'이 지난해 스웨덴에 출간됐다.
도서전에는 김지은, 이수지, 이명애 등 그림책 작가들도 함께했으며, 영화, 음식, 전통음악 등 다채로운 한국 문화를 선보이는 자리도 마련됐다.
프리다 에드먼 예테보리국제도서전 디렉터는 "시야를 넓히고 영감을 준 한국 작품과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었고, 독자들이 새로운 작품과 작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주빈국 한국에 감사드리며 양국의 문학 교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판·문학계는 이번 도서전으로 북유럽에서 'K-북'의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고 평가한다.
스웨덴 관람객들도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표하며 양국의 교류 확대를 기대했다.
환나 닐손은 "한국 작가들을 만날 아주 좋은 기회였다"며 "아직 스웨덴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책이 많지 않은데 더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학과 K-팝뿐 아니라 역사와 전통 등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두 나라 사이에 더 많은 교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번역·교류 확대 과제…"스웨덴 독서 문화·정책 배워야"
한국 문학과 출판의 해외 진출 범위가 넓어지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해결할 과제로는 일단 번역 문제가 꼽힌다.
스웨덴에 지금까지 번역된 한국 작품은 33종에 그친다.
작가 기준으로 따지면 20여명에 불과하다.
윤부한 한국문학번역원 해외사업본부장은 "1976년 김지하 '오적'이 스웨덴에서 출간된 이후 올해까지 1년에 한 편도 번역이 안 된 셈"이라며 "가장 큰 이유는 번역가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문학의 북유럽 진출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윤 본부장은 "스톡홀름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금은 한국학과 신입생이 60명에 달한다"며 "번역가 수가 늘면 한국문학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독자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벨상의 나라 스웨덴은 국민들이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이기도 하다.
국민 연평균 독서율이 90%에 육박해 세계 1위다.
공공 도서관 이용률도 세계 1위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말괄량이 삐삐'로도 유명한 스웨덴은 독서 진흥을 문화정책 1순위로 둔다.
아만드 린드 스웨덴 문화부 장관은 도서전 개막식에서 "책을 읽지 않으면 인간에게 아주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고 믿는다.
정부는 책 읽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도서관은 문학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모두에게 열린 안식처"라고 강조했다.
한국도 도서의 해외 진출과 독서 문화 확대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설가 현기영은 "스웨덴 국민들이 책을 사랑하고 한국문학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감동했다"며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책을 가장 안 읽는다는데, 스웨덴에서 배워 독서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