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불모지' 충북 최초 창단…열악한 환경 속 지역 연극계 이끌어

"IMF를 겪고 나서 2001년 경영이 어려워 극단 문을 닫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청주에서 활동하는 극단 시민극장 장경민(44) 대표는 2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다부진 목소리로 극단의 역사를 소개했다.

[앙코르! 향토극단] "충북 넘어 세계로" 50년 역사 청주 시민극장
시민극장은 1970년 10월 3일 창단된 충북 최초의 극단이다.

장 대표의 아버지 장남수(70)씨가 지역 예술인 4명과 의기투합해 창단했다.

장 대표는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이 극단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충북에 극단이 하나도 없을 때 지역 언론인·예술인들이 모였고, 김은수 전 한국도자기 이사의 지원으로 도내 최초 극단이 첫발을 내딛게 됐다"고 회고했다.

1970년 '환상의 손님'(장남수 연출)을 공연했고, 이듬해 '오셀로'(김은수 연출) 막을 올려 예술 불모지였던 충북 지역의 연극 기틀을 다져나갔다.

1981년에는 천재 시인 이상의 이야기를 그린 '날개'(장남수 연출)'라는 작품으로 전국연극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현재까지 150회 정기공연을 한 시민극장의 레퍼토리는 '살다보면', '동행', '할배열전', '싸가지 흥부전' 등이 있다.

창작극 '할배열전'은 고령화 사회 속 노인의 역동적인 모습들을 테마로 엮어 아름다운 노년의 도전과 희망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은 2016년 제9회 대한민국연극대상 베스트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앙코르! 향토극단] "충북 넘어 세계로" 50년 역사 청주 시민극장
시민극장은 충북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 터키, 중국 등 세계 예술가·관객과의 만남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싸가지 흥부전'을 공연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장 대표는 "2001년 경영난으로 극장 문을 닫았을 때도 연극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을 주축으로 공연이 계속됐고, 2004년에 청주에 전용 소극장 '씨어터제이'를 만들면서 재기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2005년 충북도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받았고,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한글날을 맞아 우리나라 각 지역의 사투리 특색을 살린 연극을 선보이는 '말모이 연극제'에 참여한다.

시민극장은 충청도를 대표해 '우리 함께 살아요'라는 작품을 10월 1일부터 6일까지 선보인다.

이 작품은 충북 옥천 지역을 배경으로 베트남 출신 다문화 여성이 국내 생활에 정착해 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엮었다.

[앙코르! 향토극단] "충북 넘어 세계로" 50년 역사 청주 시민극장
장 대표는 "대부분의 단원이 생계를 위해 겸업을 하고 있을 정도로 사정이 열악하지만, 지역 연극계를 이끈다는 자부심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영화 등 볼거리가 많지만, 연극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