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아이언맨 있다면, 한국에는 아이언드래곤(철용) 있다?"
10대·20대 놀이문화 속 각종 패러디…"광고·인터뷰 전화 수십통 쇄도"
제2 전성기 맞은 배우 김응수…온라인서 '타짜 곽철용' 열풍
요즘 중견 배우 김응수(58)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그가 13년 전 연기한 '타짜'(2006) 속 도박판 건달 보스 곽철용 캐릭터가 재조명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온라인과 유튜브에는 곽철용의 대사가 유행어처럼 번진다.

"나 깡패 아니다.

나도 적금 붓고 보험 들고 살고 그런다", "화란아, 나도 순정이 있다!", "어이, 젊은 친구들 신사답게 행동해", "묻고 따블로 가!"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이 000야!" , "내가 달건이(건달) 생활을 17살에 시작했다.

그때 달건이 시작한 놈이 백명이라고 치면은 지금 나만큼 사는 놈은 나 혼자뿐이야.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잘난 놈 제끼고, 못난 놈 보내고…" 등이 대표적이다.

제2 전성기 맞은 배우 김응수…온라인서 '타짜 곽철용' 열풍
이 대사들은 각종 사이트나 인터넷 댓글을 통해 패러디로 이어지고 있다.

곽철용 대사를 모은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가 60만건이 넘는다.

영상 밑에는 "곽철용은 묻고 더블로 가는 대범한 남자, 은근히 신사답고 순정파인 남자"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아이언드래곤(철용)'이라는 별칭도 생겼다.

"미국에 아이언맨이 있다면 한국엔 아이언드래곤이 있다"는 식이다.

곽철용 대사를 이어 붙인 리믹스 노래도 나왔다.

제목은 '묻고 더블로 가'.
대사를 돌아가며 한명씩 패러디하는 술자리용 게임이나 각종 패러디 포스터도 등장했다.

그야말로 '곽철용 열풍'인 셈이다.

김응수 소속사 측은 갑작스러운 인기에 어리둥절해 하는 분위기다.

소속사 관계자는 "광고 섭외부터 각종 인터뷰 요청까지 하루에 수십통씩 전화가 걸려온다"면서 "'톱스타 저리 가라'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타짜'가 개봉한 지 10년도 넘었고, 심지어 곽철용은 2편, 3편으로 이어지는 캐릭터가 아니라 1편에서 죽었는데 왜 지금 다시 재조명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응수는 현재 주변의 뜨거운 반응에도 별다른 내색 없이 드라마 촬영에 매진 중이라고 한다.

제2 전성기 맞은 배우 김응수…온라인서 '타짜 곽철용' 열풍
그렇다면 왜 갑자기 곽철용 열풍일까.

의견은 분분하다.

추석 연휴에 '타짜:원아이드 잭'(타짜3)이 개봉하면서 젊은 층이 과거 '타짜' 시리즈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한 게 열풍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타짜3'에 대한 반발로 '타짜'가 명작이라고 소문나면서 10대, 20대가 유튜브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다가 놀이문화로 뜬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과거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찾아내 명대사나 명장면을 SNS에서 재생산하는 놀이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른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인터넷에서 재밌는 소재를 차용해서 유희를 즐기는 게 유행"이라며 "누리꾼들은 캐릭터성이 강한 인물을 유희 소재로 선택하는데, 그런 면에서 곽철용은 성격이 강하고 재미있는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올 초 중견 배우 김영철이 '사 딸라 아저씨'로 재조명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드라마 '태조왕건'에서 궁예가 "누구인가,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라며 신하들을 다그치는 대사나, '야인시대' 속 김두한이 "오케이! 사 딸라(4달러)!"라고 외치는 장면은 유튜브와 각종 광고 등을 통해 패러디됐다.

하 평론가는 "그렇다고 어떤 객관적인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사람들이 재밌다고 느끼는 순간,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고 분석했다.

곽철용 캐릭터의 매력을 맛깔나게 살린 김응수의 연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평소 달변가로 알려진 김응수는 말맛이 살아나는 찰진 연기로 요즘 젊은이들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제2 전성기 맞은 배우 김응수…온라인서 '타짜 곽철용' 열풍
데뷔 38년 차 베테랑 배우의 힘이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김응수는 1981년 극단 목화 단원으로 연극계 입문했다.

그러다 1989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일본영화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한 뒤 영화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1996년 김상진 감독의 '깡패수업'을 시작으로 70여편의 영화에서 감초 연기를 선보였다.

25일 개봉한 범죄영화 '양자물리학'에서는 주연을 맡아 극의 웃음을 책임진다.

드라마 출연작도 40여편에 이른다.

화제의 사극 KBS 2TV '추노'(2010)에서 '악의 축'인 좌의정 이경식 역을 맡아 카리스마를 뽐냈고, KBS 2TV 팩추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에서는 왜구 수장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응수는 최근 '양자물리학' 시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연기를 하기 전에 제일 좋은 준비물은 시나리오를 많이 읽는 것"이라며 "시나리오를 10번 읽고 100번 읽으면 이미지가 조금 더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