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게 된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날인 1950년 9월 14일,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에서는 다른 상륙작전이 개시된다.

바로 인천상륙작전의 양동작전인 장사상륙작전이다.

이 작전에는 평균 나이 17세의 학도병 772명이 투입됐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수십년 후에야 대중에게 알려진 이 장사상륙작전을 다룬 영화다.

대규모 전투 장면이나 악랄한 인민군의 모습 대신 어린 병사들을 전선으로 내몬 전쟁의 비인간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명준 대위(김명민 분)가 이끄는 유격대와 전투경험이 없는 학도병들을 태운 문산호는 상륙작전을 위해 장사리로 향한다.

태풍 때문에 바다에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학도병들은 뱃멀미에 시달린다.

악천후 때문에 문산호는 해안에 좌초되고 학도병들은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상륙에 성공한다.

인민군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수많은 학도병이 전사한다.

우여곡절 끝에 상륙에 성공한 이들은 본부와의 통신이 끊기는 상황에 부닥치고, 설상가상으로 인민군이 진격해온다는 소식까지 접한다.

영화는 반공보다는 반전 메시지로 가득하다.

인민군의 무자비함이 강조되던 '인천상륙작전'(2016)과는 달리 인민군 측 인물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악인이 있다면, 2주간의 훈련만 거친 어린 소년들을 사실상 총알받이로 쓰기로 결정한 어른들이다.

초반부 "나라가 없이 제군들이 존재할 수 있나"는 이명준 대위의 대사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없었다"는 당연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로 바뀐다.

어린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전쟁의 참혹함과 비인간성은 장사리에서 전투가 진행될수록 극대화한다.

전투 장면은 웅장하거나 대규모로 펼쳐지지 않는다.

대신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 죽고 죽이는 아수라장처럼 묘사되고 카메라도 이들이 사지에 내몰렸음을 나타내듯 혼란스럽게 흔들린다.

전투에서는 국군과 인민군이 뒤엉키면서 동족상잔의 비극이 드러나고 인민군에 의해 끌려와 인민군 군복을 입은 남한 소년으로 이 비극이 피부로 느껴진다.

첫 전투 후 피로 물든 해변에서 파도에 휩쓸려가는 수많은 교모(校帽)는 이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학도병 개개인의 사연 설명을 생략하고 바로 상륙작전으로 시작한다.

이들의 사연은 이후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내용과 맞물리면서 점차 드러난다.

북한에 가족이 있다거나 하는 개개인의 사연은 어찌 보면 전형적이고 진부하다.

그러나 이 진부함이 실제 그 당시 전투에 참여했을 학도병에 일종의 대표성을 부여한다.

영화 속 학도병들은 실제 전투에 참여한 실존 인물들이 아니지만, 이 사연들을 통해 그곳에 진짜 있었을 것 같은 학도병들이 탄생했다.

연출을 맡은 곽경택 감독은 관련 자료와 기록뿐 아니라 장사상륙작전 유격 동지회 회원들을 만나 학도병 캐릭터들을 구축해나갔다고 한다.

그는 최근 언론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케일이 크지 않은, 작은 영화이지만 단단한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영화가 상륙과 퇴각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감정이입이 되도록 심어 넣고 싶었다"며 "그래서 드라마는 일정 부분 들어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배우 메건 폭스와 미국 인기 드라마 CSI 시리즈의 닉 스톡스로 유명한 조지 이즈가 출연해 화제가 됐으나 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 전체의 흐름과 괴리감을 준다.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섞이지 못하고 겉돈다.

메건 폭스가 연기한 매기는 당시 여성 종군 기자였던 마거릿 히긴스와 마거릿 버크 화이트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인물이다.

곽경택 감독과 김태훈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곽 감독은 각색 등을, 김태훈 감독은 주요 전투 장면을 담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