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쪽에 있던 배들이 햇볕을 많이 받고 자라 가장 상품성이 좋은데, 이번 태풍으로 대부분 다 떨어졌습니다.
"
9일 오후 찾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의 한 먹골배 밭.

떨어진 배들을 바라보며 농장주 이병철(66)씨는 "어떻게 치울지도 감이 안 온다"며 한숨을 지었다.
이틀 전 초강력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덮친다는 소식에도 이씨는 미리 배를 딸 수는 없었다.
이씨가 키우는 먹골배는 10월은 돼야 수확이 가능한 품종이기 때문이다.
대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알려진 방법은 다 썼다.
130그루 규모 밭에 고정용 지지대를 1천개 넘게 세우고, 케이블로 나무들을 연결해 단단히 고정했다.
"오후에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떨어지는 배가 별로 없었는데, 태풍이 북한 쪽으로 지나가고 나서 다시 한번 강한 바람이 불자 견디지 못했습니다.
"

떨어진 배들은 개당 3천원 이상 호가하는 유명한 먹골배에서 골칫거리 쓰레기가 됐다.
낙과한 배는 판매가 불가능하고 모두 폐기 처분된다.
배들을 빨리 땅에 묻지 않으면 금방 썩고 벌레들이 꼬인다.
특히 썩을수록 당도가 높아지는 배에는 대형 말벌들도 많이 모여 인명 피해가 날 수 있다.
빨리 치워야 하지만 부부 2명으로는 감당이 안 돼 이씨는 군부대의 대민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보험사에서 조사한 결과 약 40%의 배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가장 상품성이 높은 나무 위쪽 배들이 떨어져 재산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수확만 잘 됐다면 내년 5월까지 보관할 수 있는 배들"이라며 "해외로 수출되거나 학교 급식으로 납품할 예정이었는데 가장 좋은 배들이 다 못 쓰게 됐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한 배밭 농장주는 "마을에 다른 작물들은 비교적 피해가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무거운 과일은 큰 피해를 봤다"며 "과수원 위치별로 다르지만 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씨는 "농사를 40년 이상 지었지만, 볼라벤 이후에 이렇게 피해가 큰 적은 처음이었다"며 "올해는 작황이 좋아서 좋은 배들을 많이 수확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가을 태풍에 크게 당했다"고 한탄했다.
농림축산부는 13호 태풍 링링으로 전국에서 1만7천여㏊에 달하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과수 피해 중에서는 수확을 앞둔 배 피해가 3천496.7㏊로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