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는데…."
한국 농구 대표팀 센터 이승현(오리온)은 나이지리아전 대패 이후 고개를 떨궜다.
한국은 4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에 66-108로 대패했다.
1쿼터까지 15-17로 접전을 펼쳤던 대표팀은 2쿼터에만 32점을 허용해 일찌감치 승기를 내줬다.
아르헨티나와 러시아전에 이어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승리 수확에 실패한 대표팀은 3패로 B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경기를 마친 후 선수들은 침울한 얼굴로 코트를 빠져나왔다.
이승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골 밑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견딘 그는 팔 이곳저곳에 긁힌 상처가 가득했다.
이승현은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몸싸움이 매우 강했다"며 "1쿼터까지는 버틸 만했는데 2쿼터에 주도권을 내준 것이 패배의 원인인 것 같다"고 밝혔다.
대표팀 김상식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서 1쿼터부터 김종규를 투입하며 이승현에게 휴식을 줬다.
지난 2경기에서 상대 장신 빅맨들을 막으며 30분 이상씩 코트를 밟았던 이승현은 벤치에서 숨을 고른 후 공격에서 힘을 냈다.
3점 슛 2개를 터뜨린 그는 라건아를 제외하고 한국 선수 중 최다인 12점을 올렸다.
리바운드는 6개를 잡아냈고, 어시스트도 2개를 보탰다.
개인 기록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승현은 아쉬움이 컸다.
그는 "내가 골 밑에서 나이지리아 선수들에게 밀린 것이 문제였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표팀은 이날 무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
전날 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SK 나이츠 정재홍의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수들의 유니폼 오른쪽에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검은색 테이프가 부착됐다.
정재홍은 2008년 이승현이 소속된 고양 오리온의 전신인 대구 오리온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인천 전자랜드에 잠시 몸담았던 그는 2015-2016시즌 고양 오리온으로 돌아왔고 이승현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일궈냈다.
이승현은 "밤에 소식을 접한 후 많이 놀랐다"며 "선수들 모두 많이 슬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재홍이 형과 한 팀에서 같이 뛰었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다"며 "그래서 더욱 이번 경기를 잘하고 싶었는데 기대에 못 미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조별리그는 끝났지만,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은 6일부터 광저우에서 열리는 17∼32위 결정전에서 2경기를 더 치른다.
이승현은 "남은 경기에서 꼭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팬분들이 오늘 경기를 보고 실망하셨을지도 모르지만, 선수로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