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광 감독 "여성 캐릭터 살려…서늘한 악당으로 묘사"
데뷔작 '돌연변이'(2015)에서 생선 인간이라는 돌연변이를 통해 현실사회와 인간 군상을 풍자했던 권오광 감독(36)이 오는 11일 개봉하는 신작 '타짜:원 아이드 잭'(타짜3)으로 돌아왔다.

2006년 최동훈 감독의 '타짜'와 2014년 강형철 감독의 '타짜:신의 손'(타짜2)에 이은 세 번째 시리즈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을 토대로 한 1편과 2편은 추석 시즌에 개봉해 각각 685만명과 401만명을 동원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 만큼 3편에 대한 관객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전작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출발했지만, 권 감독은 꿋꿋하게 그만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완성했다.

지난 2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권 감독은 "원작과 달리 동시대를 담아내려 했다"면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패배주의에 대한 대답 같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3편은 인생을 바꿀 기회의 카드 '원 아이드 잭'을 받고 모인 타짜들의 목숨을 건 승부를 그린다.

박정민이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 도일출 역을 맡았고, 류승범이 도박판을 설계하는 인물인 애꾸로 출연했다.

이광수, 임지연, 권해효는 팀원으로 합류했다.

최유화는 판을 흔드는 미스터리한 인물 마돈나 역을, 우현은 돈밖에 모르는 물영감 역을, 윤제문은 도박판의 유명 기술자 이상무 역을 각각 맡았다.

다음은 권 감독과 일문일답.
-- '타짜3' 연출 계기는.
▲ 영화 '돌연변이'를 마칠 때 즈음 제안을 받았다.

저 이전에 여러 감독이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그만큼 부담이 큰 프로젝트였다.

친구들조차 저를 말렸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전작과 비교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꼭 해보고 싶었다.

저는 '타짜' 시리즈 팬이었고, 영화 공부를 할 때 최동훈 감독님의 '타짜'를 틀어놓고 장면을 분석했다.

-- 배우들도 출연을 부담스러워했을 것 같다.

▲ '타짜' 시리즈와 원작 팬이 많은 만큼 배우, 스태프 모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저는 10년 정도 감독을 준비했다.

그런데도 '타짜' 시리즈를 만들 기회가 왔는데, 준비가 안 됐다고 못 한다면 10년 뒤에도 못 할 거라 생각했다.

박정민 씨에게도 그렇게 설득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지금 도전해야 그다음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같이 가자고 꼬셨다.

-- 박정민을 캐스팅한 이유는.
▲ 연기 잘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평범한 고시생의 모습과 타짜가 됐을 때 상반된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 생각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단단하고 어른이 된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뒤로 갈수록 섹시하게 보였으면 했고, 박정민도 그런 점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박정민은 이를 위해 20kg 정도 감량했다.

)
-- '애꾸'역은 처음부터 류승범을 생각했나.

▲ 승범이 형을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썼다.

형이 해외 체류 중이어서 시나리오를 이메일로 전달했고, 의견을 나누다가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인도네시아 롬복에 체류 중이었는데, 거기까지 갔다.

갔더니 맨발에 반바지를 입고 웃으며 서 계시더라. 만나자마자 오토바이를 탈 줄 아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답하니까, 오토바이를 빌려주더니 따라오라고 했다.

그 길로 바닷가에 가서 해가 질 때까지 영화 이야기를 했고, 다음날 출연하겠다고 확답을 줬다.

애꾸는 바람처럼 사라지는 인물이다.

사연이 많지만, 다 드러내지 않고 안고 가는 캐릭터다.

스모키한 인물, 그림자 같은 인물이다.

승범이 형도 그 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전작의 어떤 점을 계승했고, 차별화했나.

▲ 캐릭터의 매력을 이어가려 했다.

도박 세계의 비장함과 '타짜'의 세계관이 가진 정서도 계승하고 싶었다.

다만 원작이 만들어진 시기가 워낙 오래전이라 현시대에 통용되기 어려운 감성이나 정서가 있었다.

그래서 3편은 동시대로 끌어오고 싶었다.

요즘 젊은이들의 콤플렉스를 그리려 했다.

도일출이 가진 가치관은 20대, 30대가 느끼는 패배주의나 염세주의와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대답 같은 영화다.

'우리는 어차피 해도 안 되고, 저 멀리에 있는 이상을 실현하려면 한탕밖에 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당신 옆에 있는 사람, 당신의 하루하루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야 진짜 타짜라는 것을 이야기하려 했다.

극 중 인물들이 결국 가족에 돌아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도일출이 폭풍 같은 일을 겪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자기 영혼을 잃어버리기 전에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이지만) 사실 가족영화다.

(웃음)
--만화 원작과도 매우 다르다.

▲ 원작은 오렌지족이 있던 시대가 배경이어서 정서 자체가 지금과 다르다.

동시대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과감하게 원작의 상당 부분을 버렸다.

마돈나 캐릭터도 원작에선 남성 중심의 노름판을 그리다 보니 (성적으로) 훨씬 더 대상화돼 있었다.

그런 부분을 덜어내고 마돈나에게 사연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슬픈 악당으로 그리려 했다.

-- 이번엔 화투가 아닌 카드를 다뤘는데.
▲ 화투는 작아서 숨기기 쉽고 기술(속임수)도 쓰기가 쉽지만, 카드는 크기도 크고 개수도 많아서 기술을 쓰기 어렵다.

그래서 상대를 속이려면 팀으로 움직여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취재 도중 만난 분은 그 세계의 궁극의 기술은 바로 '믿음'이라고 했다.

상대가 나를 100% 믿게 만들면, 눈앞에서 카드를 바꿔도 믿는다고 했다.

믿음을 얻기 위해 팀플레이로 짧게는 6개월에서 몇 년씩 작업한다고 하더라.
-- 이광수의 뒤태 노출신이 화제다.

▲ 이광수는 '돌연변이' 때 함께 작업했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연기를 잘하고,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배우다.

그러나 '허당' '예능인' 이미지가 강하다.

이광수가 배우라는 것을, 영화 속 '까치'라는 사실을 그 장면을 통해 환기해 주고 싶었다.

-- 캐릭터를 챕터별로 나눈 이유는.
▲ 많은 인물의 서사를 다루다 보니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한 단계씩 넘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캐릭터 이름을 각 장의 제목으로 붙이면서 장마다 연출 스타일을 조금씩 달리했다.

예를 들어 도박하는 장면의 경우 첫 장에선 도일출이 무엇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졌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카드의 패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반면 마지막 장에선 핸드헬드 카메라를 이용해 거칠게 찍었다.

-- 악당 캐릭터가 전작보다 약하다는 평이 있는데.
▲ 이 영화에서 악당은 마귀, 물영감, 마돈나 3명이다.

1편에선 아귀 역의 김윤석이 혼자 다 했다.

아귀의 역할을 세 캐릭터로 분산시켜서 그런 것 같다.

-- 이 영화만의 매력은.
▲ 이전 시리즈를 안 보신 분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대사나 소품 등에 1, 2편과 연결고리도 많이 숨겨놓았다.

전작을 봤다면 그런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도 있다.

후반부 도일출이 있는 공간은 1편에서 짝귀 공간과 똑같다.

도일출도 아버지처럼 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