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클래식 최종일 3언더파…대상 포인트 1위·상금 2위 도약
'거북이' 박채윤, 거북처럼 따라붙어 6타차 역전 우승(종합)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5년째 뛰는 박채윤(25)은 별명이 거북이다.

한때 SNS 아이디로 거북이라는 별명을 사용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꾸준한 성적을 내온 골프 인생도 거북이와 닮았다.

그는 첫 우승도 104경기 만이 지난해 7월 거뒀다.

박채윤은 1일 강원도 춘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세번째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마치 거북처럼 선두를 따라잡아 6타차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친 박채윤은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이번 시즌 첫 번째이자 통산 두번째 우승을 메이저대회 제패로 장식했다.

작년 맥콜·용평 리조트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일군 지 14개월 만이다.

우승 상금 3억5천만원을 받은 박채윤은 상금랭킹 2위(6억4천836만원)로 도약했다.

대상 포인트에서도 최혜진(20)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 대회는 KLPGA투어 대회 가운데 우승 상금이 가장 많다.

또 이번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박채윤은 2022년까지 시드를 보장받았다.

박채윤은 "봄부터 목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

오늘도 볼을 칠 때마다 통증을 느꼈다"면서 "몸이 아파서 대회 전에 이 자리에 선 것만도 감사하다 여겼는데 이런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하니 현실 같지 않다"고 밝혔다.

"안전하게 파만 지키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그는 "남은 시즌에도 무리하지 않겠다.

내 목표는 아프지 않고 오래도록 골프를 즐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최종 라운드의 코스 난도는 대단히 어려웠다.

그렇지 않아도 긴 전장과 깊은 러프 때문에 난도가 높은 이 코스는 까다로운 핀 위치로 더 어려워졌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경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남겨놨던 가장 어려운 핀 위치를 선택했다.

20위 이내 선수 가운데 누구라도 우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핀은 그린 좌·우측 끝부분에 꽂혔다.

대개 벙커나 해저드가 바싹 붙어 있는 위치였고 퍼트 라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섞여 있는 곳이었다.

핀을 보고 곧장 공략하는 건 엄두도 내기 힘들었고, 그린에 볼을 올려도 두 번의 퍼트로 홀아웃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린을 놓치면 타수를 잃기 일쑤였다.

박채윤은 선두 넬리 코르다(미국)에 6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어려운 핀 위치 때문에 다른 선수들은 타수를 지키는 데 급급했지만, 박채윤은 달랐다.

앞서 3라운드에서 한번도 60대 타수를 치지 못했던 박채윤은 최종 라운드에서는 데일리베스트 샷을 기록했다.

이날 60대 타수를 친 선수는 나란히 69타를 적어낸 박채윤과 가와모토 유이(일본) 둘 뿐이다.

행운도 거들었다.

박채윤은 2번 홀(파4)에서 두번째샷을 홀 1m 옆에 붙여 이날 첫 버디를 잡았다.

박채윤은 "사실은 핀을 보고 친 게 아니었는데 살짝 빗맞아서 핀 쪽에 빠짝 붙었다"고 털어놨다.

5번 홀(파5)에서 칩샷이 들어가 두번째 버디를 잡았다.

초반 2개의 버디는 박채윤을 우승 경쟁으로 이끌었다.

1번 홀(파5)을 보기로 시작한 코르다가 6번홀(파4)에서 티샷을 바위틈 덤불로 보내 2타를 더 잃어 박채윤에게 기회가 열렸다.

7번 홀(파3)에서 1타를 잃었지만 9번 홀(파4) 6m 버디로 만회한 박채윤은 13번 홀(파3)에서 1타를 잃은 코르다와 공동선두가 됐다.

16번 홀(파4)에서 3m 버디 기회를 만든 박채윤은 거침없는 퍼트로 마침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박채윤은 "선두인 줄 몰랐다.

7언더파 정도는 쳐야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위를 몰랐던 게 외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채윤이 버디를 잡아내는 순간 14번 홀(파4)에서 코르다는 또 한 번 보기를 적어낸 덕에 박채윤은 2타차 선두로 올라섰다.

코르다는 15번 홀(파4)에서 이날 첫 버디를 잡아내며 1타차로 쫓아왔지만 17번 홀(파4)에서 또 보기를 적어내 더는 추격할 힘을 잃었다.

세계랭킹 10위 코르다는 버디 2개와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로 4타를 잃어 1타차 공동2위(4언더파 284타)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2타를 줄인 이정민(27)과 2오버파 74타를 친 김소이(25)도 공동2위에 합류했다.

버디 3개를 뽑아내며 2언더파 70타를 친 최혜진은 5위(3언더파 285타)에 올라 상금랭킹 1위와 평균타수 1위를 굳게 지켰다.

4년 만에 국내 대회 우승에 도전했던 김효주(24)는 4오버파 76타를 적어내 공동8위(1언더파 287타)로 대회를 마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