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문학상] "복잡계 이론을 소설로 시뮬레이션해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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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최영 "결정론적 세상에서 애드리브 할뿐…인간도 개처럼 행동"
"평소 안 놀라는데 수상 소식 듣고 한동안 말문 막혀"
"원리는 똑같은데 모두 약간씩 애드리브 정도 하는 것뿐이지 이미 정해진 일을 피하기 어려워요.
주제 의식은 우리가 사는 게 결정론적이라는 겁니다.
신은 이미 알고 있는데 인간이니까 계산을 못 해내는 거죠. 인간의 지적 한계는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정도일 뿐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자기 운명을 예언할 수 없습니다.
"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7회 수림문학상 수상 작가 최영(43)이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선작 '로메리고 주식회사'의 주제를 논하며 내놓은 설명이다.
그가 '미생물과 우리 몸을 움직이는 원리와 우주 및 자연을 움직이는 원리는 하나이며 그 원리를 찾아내려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바로 복잡성 이론'이라는 스튜어트 카우프만의 발언을 인용하며 첫 문장을 시작한 건, 바로 이런 주제의식을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최영은 "카우프만이 말한 복잡성 이론이 하나의 주제 의식"이라며 "내 소설은 이것에 대한 실험이고 시뮬레이션"이라고 강조했다.
목차를 주기율표에 나오는 순서에 따라 원소명으로 한 것 역시 이런 작가적 철학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소설 주인공은 갑과 을의 사이, 도덕과 죄악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시민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악의 편으로 간다.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을 본인은 몰랐겠지만, 우주 만물을 주관하는 절대자는 알고 있었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소설은 순수문학이지만 '장풍'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요한 장치로 등장한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데도 판타지 요소를 넣은 이유를 물었더니, 역시 작가 나름의 오랜 고민이 깔린 답이 돌아왔다.
"카프카 소설 '변신'에서 사람이 벌레로 변신했다고 이것을 사실주의 소설이 아닌 판타지로 분류하지는 않잖아요.
하나의 메타포(은유)죠. 내 작품은 미술 사조로 치면 프랑스 누보 레알리슴(신사실주의)이나 미국식 팝아트라고 생각해요.
"
특히 최영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문학적 장치'로 장풍이란 초현실적 소재를 끌어왔다고 했다.
그는 "독자가 이야기 속으로 몰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 것"이라며 "일단 그것을 보고 스릴러를 풀어가며 뭔가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로 잠실 석촌호수에 둥둥 떠다녔던 초대형 '러버덕'을 거론했다.
일단 크고 신기하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군중이 몰려오지만, 일단 작품을 보면서 처음 가졌던 선입견을 깨고 여러 예술적 측면을 느끼게 된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장풍'으로 살인까지 했다는 중요한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에서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한 느낌이 있다는 지적에는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문학에서 주요하게 다뤄져 온 '사적 제재' 문제도 건드린다.
주인공과 '장풍'을 쓰는 등장인물은 법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상대를 단죄한다.
최영은 "우리 사회는 법이 못하는 게 많다.
법 처벌이 약하고 재량이 너무 넓다"면서 " 형량을 3배로 올리고 집행유예를 재판관이 아닌 별도 기구에서 하도록 하면 사적 제재에 대한 욕구가 진정될 것 같다"고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타락하고 죄인이 돼 간다.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냐'고 물었더니 작가는 "그렇다"고 했다.
"미생물과 우주 원리가 같죠. 모든 등장인물이 '개'입니다.
개는 무리 짓고 사회생활을 한다는 걸 상징하죠. 권력 의식과 서열 의식이 강합니다.
주인에게 충성한다고 하지만 약한 사람은 뭅니다.
인간도 개처럼 행동합니다.
"
주인공은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여자친구의 안위보다 여자친구가 기르던 고양이의 상태를 생각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고양이는 사실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며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살았을 수도 있고 죽었을 수도 있는 것처럼 여자친구가 죽었을 수도, 안 죽었을 수도 있다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은 최근 수상 사실을 알려온 주최 측 전화를 받고 "너무 놀라서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고 했다.
"제가 잘 안 놀라고 감정을 잘 안 드러내는 편인데도 너무 놀라 한동안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실감이 잘 안 났어요.
그래서 사흘 동안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꿈인가 싶어 휴대전화를 꺼내 정말 전화가 왔는지 확인하기도 했죠."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업무인 손해사정인 업무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전문적으로 묘사된다.
아니나 다를까 최영은 실제로 보험사에서 손해사정 업무도 담당했고 손해사정법인에서도 근무했다고 한다.
"돈이 많이 움직이는 곳이고 재량도 있는 곳이죠. 그래서 인간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괴롭히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곳이니까요.
"
그는 이번이 수림문학상을 포함해 세 번째 문학상 공모 도전이라고 털어놨다.
수림문학상의 경우 작년엔 예심에서 미끄러졌다.
주로 경제 전문서 위주로 번역가 생활을 해왔고 방송 출연과 에세이 출간, 글쓰기 컨설팅 등으로 큰 무리 없이 생계를 이어왔다.
최영이 생각하는 '소설'이란 이런 것이다.
"소설은 정보 처리 메커니즘이에요.
작가는 숙주이고 정보는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정보'를 말하죠. 그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떠다니다가 작가라는 숙주를 감염시켜 진실이라고 주장하게 만들고 정보를 복제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바이러스가 된 정보는 훌륭한 숙주를 만나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어해요.
"
/연합뉴스
"평소 안 놀라는데 수상 소식 듣고 한동안 말문 막혀"
"원리는 똑같은데 모두 약간씩 애드리브 정도 하는 것뿐이지 이미 정해진 일을 피하기 어려워요.
주제 의식은 우리가 사는 게 결정론적이라는 겁니다.
신은 이미 알고 있는데 인간이니까 계산을 못 해내는 거죠. 인간의 지적 한계는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정도일 뿐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자기 운명을 예언할 수 없습니다.
"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7회 수림문학상 수상 작가 최영(43)이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선작 '로메리고 주식회사'의 주제를 논하며 내놓은 설명이다.
그가 '미생물과 우리 몸을 움직이는 원리와 우주 및 자연을 움직이는 원리는 하나이며 그 원리를 찾아내려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바로 복잡성 이론'이라는 스튜어트 카우프만의 발언을 인용하며 첫 문장을 시작한 건, 바로 이런 주제의식을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최영은 "카우프만이 말한 복잡성 이론이 하나의 주제 의식"이라며 "내 소설은 이것에 대한 실험이고 시뮬레이션"이라고 강조했다.
목차를 주기율표에 나오는 순서에 따라 원소명으로 한 것 역시 이런 작가적 철학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소설 주인공은 갑과 을의 사이, 도덕과 죄악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시민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악의 편으로 간다.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을 본인은 몰랐겠지만, 우주 만물을 주관하는 절대자는 알고 있었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소설은 순수문학이지만 '장풍'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요한 장치로 등장한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데도 판타지 요소를 넣은 이유를 물었더니, 역시 작가 나름의 오랜 고민이 깔린 답이 돌아왔다.
"카프카 소설 '변신'에서 사람이 벌레로 변신했다고 이것을 사실주의 소설이 아닌 판타지로 분류하지는 않잖아요.
하나의 메타포(은유)죠. 내 작품은 미술 사조로 치면 프랑스 누보 레알리슴(신사실주의)이나 미국식 팝아트라고 생각해요.
"
특히 최영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문학적 장치'로 장풍이란 초현실적 소재를 끌어왔다고 했다.
그는 "독자가 이야기 속으로 몰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 것"이라며 "일단 그것을 보고 스릴러를 풀어가며 뭔가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로 잠실 석촌호수에 둥둥 떠다녔던 초대형 '러버덕'을 거론했다.
일단 크고 신기하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군중이 몰려오지만, 일단 작품을 보면서 처음 가졌던 선입견을 깨고 여러 예술적 측면을 느끼게 된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장풍'으로 살인까지 했다는 중요한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에서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한 느낌이 있다는 지적에는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문학에서 주요하게 다뤄져 온 '사적 제재' 문제도 건드린다.
주인공과 '장풍'을 쓰는 등장인물은 법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상대를 단죄한다.
최영은 "우리 사회는 법이 못하는 게 많다.
법 처벌이 약하고 재량이 너무 넓다"면서 " 형량을 3배로 올리고 집행유예를 재판관이 아닌 별도 기구에서 하도록 하면 사적 제재에 대한 욕구가 진정될 것 같다"고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타락하고 죄인이 돼 간다.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냐'고 물었더니 작가는 "그렇다"고 했다.
"미생물과 우주 원리가 같죠. 모든 등장인물이 '개'입니다.
개는 무리 짓고 사회생활을 한다는 걸 상징하죠. 권력 의식과 서열 의식이 강합니다.
주인에게 충성한다고 하지만 약한 사람은 뭅니다.
인간도 개처럼 행동합니다.
"
주인공은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여자친구의 안위보다 여자친구가 기르던 고양이의 상태를 생각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고양이는 사실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며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살았을 수도 있고 죽었을 수도 있는 것처럼 여자친구가 죽었을 수도, 안 죽었을 수도 있다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은 최근 수상 사실을 알려온 주최 측 전화를 받고 "너무 놀라서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고 했다.
"제가 잘 안 놀라고 감정을 잘 안 드러내는 편인데도 너무 놀라 한동안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실감이 잘 안 났어요.
그래서 사흘 동안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꿈인가 싶어 휴대전화를 꺼내 정말 전화가 왔는지 확인하기도 했죠."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업무인 손해사정인 업무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전문적으로 묘사된다.
아니나 다를까 최영은 실제로 보험사에서 손해사정 업무도 담당했고 손해사정법인에서도 근무했다고 한다.
"돈이 많이 움직이는 곳이고 재량도 있는 곳이죠. 그래서 인간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괴롭히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곳이니까요.
"
그는 이번이 수림문학상을 포함해 세 번째 문학상 공모 도전이라고 털어놨다.
수림문학상의 경우 작년엔 예심에서 미끄러졌다.
주로 경제 전문서 위주로 번역가 생활을 해왔고 방송 출연과 에세이 출간, 글쓰기 컨설팅 등으로 큰 무리 없이 생계를 이어왔다.
최영이 생각하는 '소설'이란 이런 것이다.
"소설은 정보 처리 메커니즘이에요.
작가는 숙주이고 정보는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정보'를 말하죠. 그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떠다니다가 작가라는 숙주를 감염시켜 진실이라고 주장하게 만들고 정보를 복제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바이러스가 된 정보는 훌륭한 숙주를 만나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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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