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위대한 건축물에 숨어있는 원리
1907년 캐나다 퀘벡 세인트로렌스강에서 사상 최악의 다리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공사 중인 다리를 연결한 리벳이 부러져 구조를 떠받치던 강철이 종이처럼 휘면서 무너져 내렸다. 현장 노동자 87명 중 75명이 희생됐다. 잘못된 관리와 계산 오류가 빚은 재앙이었다. 설계자 시어도어 쿠퍼는 당초 설계보다 중앙 경간(교각이 지지하는 다리의 한가운데 부분)을 500여m나 늘렸다. 그러면 다리 무게도 원래보다 18% 증가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쿠퍼는 세계에서 가장 긴 경간의 다리를 설계한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야망이 쿠퍼의 판단력을 흐려놨다.

여성 건축가 로마 아그라왈은 저서 <빌트, 우리가 지어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에서 구조공학의 복잡한 원리를 다양한 사례와 삽화를 통해 명료하게 풀어낸다. 거대한 건축물을 만드는 구조공학자인 아그라왈은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더 샤드’를 설계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저자는 고대 로마 아파트 인술라부터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까지 거대 건축물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장인들의 기술을 설명한다. 고대 인더스 문명권의 가마에서 구운 벽돌의 재료들이 오늘날 사용하는 것과 같은 비율로 구성돼 있고, 인도 타지마할 궁전의 돔이 구운 생석회, 조개껍데기와 대리석 가루, 설탕, 달걀 흰자, 과일즙 등의 재료를 섞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저자는 건축사를 연대순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흙, 물, 벽돌, 바위 등 다양한 건축 재료의 특징으로부터 시작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19세기 건축 분야에서 난제를 해결한 뛰어난 방법은 그 기술을 고안한 주인공들의 일화로 소개한다. 독자는 건물의 기초가 어떻게 세워지고, 대형 건물과 다리가 지진, 바람, 중력으로부터 어떻게 견디고 기능을 유지하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과학진흥회(AAAS)가 ‘2019 올해의 과학책’으로 선정했다. (윤신영·우아영 옮김, 어크로스, 328쪽, 1만6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