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이적단체 활동, 부동산 위장매매, 사모펀드 투자 등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적·도덕적 문제가 없다”며 조 후보자를 엄호하고 나섰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연일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점으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진태 “조국, 이석기보다 위험”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 후보자가 제작·판매에 관여한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산하 남한사회주의과학원(사과원) 기관지가 과거 무장봉기 혁명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울산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3년 사과원 강령연구실장으로 활동한 혐의로 150일간 구속됐고,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김 의원이 입수한 사과원 기관지 ‘우리사상’ 2호에는 ‘민중 배신으로 점철된 김대중의 정치 편력’ ‘기관지를 통해서 본 북한의 공식 입장’ 등의 기고문이 수록돼 있다. 특히 ‘1994년 봄까지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당을 건설하자’는 제목의 기고문에는 “남한 사회에서의 혁명은 무장봉기에 대한 고려 없이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김 의원은 “사노맹과 사과원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단체”라며 “여기에 몸담았던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된다는 것은 강도가 경찰청장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는 내란 선동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보다 훨씬 위험한 인물”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의 사과원 관련 의혹을 ‘허망한 이념 공세’로 일축하며 방어막을 쳤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사과원 관련 논란은 실체 없는 철 지난 색깔론”이라며 “야당이 제대로 된 ‘한 방’ 없이 이념 공세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산 은닉 위해 부동산 위장매매”

조 후보자가 채무 면탈과 재산 은닉을 위해 친동생의 전처인 조모씨(51)와 부동산 위장매매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건설사 대표였던 조 후보자 부친은 기술신용보증기금 채무 42억원을 변제하지 못한 채 2013년 사망했고, 연대채무자인 조 후보자와 동생, 어머니 등은 부친 재산 21억원을 물려받으면서 채무를 한정승인(상속받은 재산만큼만 변제하는 것)했다.

앞서 2006년 조 후보자 동생과 그의 처 조씨는 조 후보자 부친이 운영하던 학교법인 웅동학원과 51억원대 공사비를 놓고 소송전을 벌였다. 이즈음 조씨는 남편과 이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보에 42억원의 채무를 진 조 후보자 동생 등이 채무를 변제하지 않고 어떻게 (공사비) 채권을 양수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씨는 관련 소송이 끝난 직후인 2017년 11월 돌연 조 후보자 부인이 보유하고 있던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를 사들였다. 조씨는 2014년 말 해운대구의 빌라도 매입했는데, 그 직후 조 후보자의 모친이, 작년 8월에는 조 후보자의 동생이 이 빌라에 전입했다. 주 의원은 조 후보자 측이 기보 채무 42억원을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산을 숨기기 위해 위장매매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조씨가 (조 후보자가 실소유주인 부동산을) 명의신탁 형태로 서류상 소유권만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위장 이혼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조 후보자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당장 검찰에 나와 의혹을 풀고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법적·도덕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사적 문제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전 조 후보자가 청문위원들에게 개별적으로 해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서울 적선동 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해명 없이 “국회에 가서 소상하고 진솔하게 답변드리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날짜를 각각 이달 26일, 28일, 29일로 잡았다. 조 후보자의 청문회도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전망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