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 관객이 작년보다 600만명 가까이 급감했다.
상반기에 극장들은 `천만 영화`를 4편이나 배출하며 최고 호황을 누렸지만, 정작 성수기 농사는 흉작인 셈이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7월 19일부터 8월 10일까지 극장을 찾은 사람은 약 1천929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여름 성수기(7월 20일∼8월 11일) 관객 2천519만명보다 약 590만명 줄어든 수치다.
연간 관객이 가장 많이 드는 8월 첫 번째 주말(2~4일)도 373만명이 드는 데 그쳐 작년 8월 첫째 주말(3~5일)의 546만명보다 173만명이나 감소했다.
제작비 100억원대가 들어간 한국영화 4편이 7월 하순부터 차례로 개봉했으나,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탓이다. 지난해에는 `신과함께-인과연`이 여름에 개봉해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올해는 `엑시트`가 개봉 11일째 500만명을 돌파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일찌감치 손익분기점(350만명)은 넘겼고, 신작 공세를 뚫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 장기 흥행도 점쳐진다.
`봉오동 전투`도 2위에 오르며 `엑시트`와 쌍끌이 흥행 중이다. 다만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일 감정이 고조된 가운데 개봉해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이 예상됐으나, 기대만큼 달아오르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190억원이 투입돼 최소 450만명이 들어야 제작비를 건질 수 있다. 현재 누적 관객은 약 150만명이다.
나머지 2편은 일찌감치 경쟁 구도에서 밀렸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면서 100만명을 채 넘기지 못했다. 총 147억원이 투입된 `사자` 역시 150만명을 동원해 손익분기점(350만명) 돌파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영화 대작들의 흥행 부진은 관객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탓이 크다. "성수기인데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5월 23일 개봉한 `알라딘`이 여전히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을 지키는 것도 그 방증이다.
상반기에 `극한직업`을 필두로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까지 천만 영화 4편이 나온 것도 `성수기 흉작` 이유로 꼽힌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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