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은 ‘동물들이 충동적으로 행동할 것’ ‘강한 수컷만이 암컷을 독차지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사실과 다름을 알려준다. 서열이 낮은 수컷도 서열이 높은 수컷에게 털고르기를 해준 뒤 암컷과 짝짓기 기회를 얻었다. 침팬지들은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자제심을 발휘해 무리의 평화를 지켜냈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이 쓴 이 책은 동물이 인간과 비슷한 감정과 정신세계를 지녔음을 밝혀낸 저서다. 저자는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에 따라 생존을 위한 최선의 행동을 하는 존재”라며 “인간과 동물이 번성하고 진화하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감정”이라고 주장한다. 동족의 죽음을 애도하는 침팬지, 물고기의 우울증, 고양이의 가짜 분노, 박애주의 정신의 보노보 등 다양한 사례를 증거로 제시한다.
저자는 침팬지, 개, 고양이, 조류, 말, 물고기뿐 아니라 갑각류와 식물까지 직접 관찰하고 실험한 결과를 통해 동물에게도 공감과 동정, 죄책감과 수치심 등 고도의 감정이 있음을 알려준다.
인간만이 얼굴에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도 틀렸다고 지적한다. 다른 영장류도 찡그릴 때 사용하는 근육을 지녔으며 분노를 느낄 때 이 근육들이 수축한다는 것이다. 영장류는 웃을 때 이빨을 드러내고, 간질임을 당하면 목이 쉰 듯한 소리로 낄낄거리며, 좌절을 느끼면 입술을 삐죽 내민다. 저자는 “감정의 기원은 인간 이전에 다른 동물들에서 찾을 수 있다”며 “동물의 감정을 이해한다면 인간의 본성도 올바로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충호 옮김, 세종서적, 468쪽, 1만95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