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미국·사진)가 티 오프 시간 45분을 남겨 놓고 경기장에 도착하고도 가볍게 우승을 낚아챘다.

29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사우스윈드(파70·7237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세인트주드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25만달러)에서다.

켑카는 이날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5타를 쳤다. 나흘 합계 16언더파 264타를 적어낸 그는 13언더파를 기록한 웹 심슨(미국)을 3타 차로 넉넉히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켑카는 이번 우승으로 2018~2019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가장 먼저 3승째를 신고했다. 세계 주요 톱랭커만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켑카는 상금으로만 174만5000달러(약 20억6700만원)를 챙겼다. WGC대회는 PGA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호주PGA투어 등의 연합체인 국제프로골프투어연맹(IF of PGA Tours)이 주관해 대회 결과가 PGA투어 성적에도 공식 반영된다. 켑카는 상금왕과 페덱스컵 포인트, 세계 랭킹에서도 굳건히 1위를 지켰다.

켑카는 이날 자신의 티 오프를 약 1시간 남겨 놓고도 대회장에 나타나지 않아 주최 측의 우려를 샀다. 3라운드 선두였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1타 뒤진 2위였던 만큼 돌연 기권할 가능성은 낮았다. 하지만 켑카가 감기 몸살로 고생했다는 점이 걸렸다. 주최 측은 경기 시작 45분 전에야 코스에서 켑카를 발견하곤 가슴을 쓸어내렸다.

켑카는 “항상 (최종 라운드가 열리는) 일요일에는 골프장에 늦게 나타난다”며 “(1~3라운드까지 경기했기 때문에)일요일엔 몸이 다 풀려 있는 상태이며 따로 연습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또 그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왜 사람들이 걱정하는지 모르겠다”며 “(1~3라운드에도) 55분 전 코스에 나온다”고 했다.

켑카의 말대로 준비는 필요 없었다. 3번홀(파5)에서 버디로 공동 선두에 합류한 뒤 5번홀과 6번홀(이상 파4) 연속 버디로 단독 선두가 됐다. 이후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고 10번홀에서 버디, 17번홀(이상 파4)에서 또 버디를 추가해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그린을 일곱 번 놓쳤지만 보기는 한 개도 없었다.

‘차세대 황제’ 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 매킬로이는 힘을 쓰지 못하고 켑카의 기세에 눌렸다. 켑카와 챔피언조로 이날 티 오프해 관심을 모았지만 1타를 잃고 11언더파 공동 4위로 뒷걸음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