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할머니 모티브 얻은 '창업 새내기'- 개발기술 사장 아까웠던 '박사' 의기투합 "주변에 치매 있으신 분이 계신가요? 저희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는데요.
가족 삶이 모두 바뀌었습니다.
할머니를 보며 전기 뇌 자극 분야 연구를 결심했습니다.
"
뇌 과학 전문 스타트업 '뉴로핏(Neurophet)'의 빈준길 대표(CEO)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
창업동아리 활동 등을 이어가던 그는 기술 창업을 하려고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 연구 분야를 결정해야 할 시점, 치매를 앓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진로 결정의 방향타가 됐다.
부모님은 할머니 치료를 위해 귀농까지 했고, 가족의 삶이 모두 바뀌는 경험을 한 빈 대표는 치매 치료 가능성이 있는 '전기 뇌 자극'을 연구 분야로 택했다.
뉴로핏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은 공동창업자인 김동현 박사는 청춘을 바쳐 6~7년 동안 연구한 뇌 모델링 연구를 졸업한 뒤에는 계속할 수 없었던 게 안타까웠다.
빈 대표는 기술 창업의 꿈을 위해, 김 박사는 연구 성과의 실용화를 보고 싶어서 의기투합해 GIST 학생벤처로 창업에 나서 2016년 뉴로핏 법인을 설립했다.
뉴로핏은 진보된 뇌과학 기술로 치매, 뇌졸중 등 뇌 질환의 한계를 극복해 인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회사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사람의 두뇌를 컴퓨터에 뇌 모델을 만들고, 뇌 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수술 계획 및 가이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뉴로핏의 첫 번째 성과는 지난해에 나왔다.
4천개 이상의 뇌 MRI 데이터를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한 AI 기술 기반, 뇌 자극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인 '뉴로핏 tES LAB'을 시장에 내놨다.
이 소프트웨어에 환자의 MRI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두피·두개골·뇌척수액량·뇌 주름 등을 실제와 유사하게 구현한 3차원 고정밀 뇌 모델을 10분 이내에 자동 생성한다
3D 뇌 모델링 후에는 전류를 흘렸을 때 만들어지는 전기장을 미리 계산해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뇌졸중이 치매 등 다양한 뇌 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떠오르는 '경두개 직류 자극술' 시행 과정에서 정밀한 전기 자극이 어렵다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기존 최대 24시간까지 걸리던 뇌 분할 시간도 1분 이내로 대폭 단축해 환자 앞에서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3D 뇌 모델링, 자극효과 분석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합해 의료현장에서 전문의가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연구용 프로그램이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미국 소재 대학 연구진과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의료진 등이 소프트웨어를 구매했고, 특히 첫 상용화 소프트웨어로 해외반응이 뜨거워 글로벌 기업에서는 기술 제휴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뉴로핏 tES LAB'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해 논문을 출간한 사례도 나왔다.
뉴로핏은 국내 대학병원과 함께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향상 치료 효과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해외의 대규모 임상 시험에서도 '뇌 자극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해 이 소프트웨어가 치료 표준으로 자리 잡게 할 생각이다.
의료기기 산업 진입이 어려워 초기 매출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연구용 소프트웨어를 먼저 시장에 선보여 저변 확대에 방점을 뒀다.
또 1분 이내에 107개 뇌 영역의 구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뇌 질환 진단 소프트웨어'를 내년에 새롭게 내놓는 등 뇌과학 기술이 실제 의료에 사용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빈 대표는 대학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막연한 두려움'을 꼽았다.
그는 "창업 초기 GIST 창업 교육 프로그램과 초기 자금 지원, 전문 육성 프로그램을 통한 교육 등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전 세계 병원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의료업체들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핵심기술로 키워 뇌 질환 정복과 뇌과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