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쇤플루크 '1918' 출간
1차 대전 직후 혼돈의 세월을 살아간 사람들
2차 세계대전에 비하면 덜 알려졌지만, 1차 세계대전 역시 수천만 명이 희생된 인류 최초 총력전이었다.

이 비극에서 전사한 군인만 1천600만명에 달했다.

1914년 7월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한 선전포고로 시작한 이 전쟁은 1918년 11월 11일 독일의 항복으로 끝났다.

독일 역사학자 다니엘 쇤플루크의 '1918'은 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혼돈의 세월을 그린 역사서다.

그 시대 인물 25명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세계대전의 여파와 어지러운 시대상, 다양한 사건과 그 속에서 산 이들의 생각과 감정까지 생생히 전한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역사학과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전기 작가, 드라마 각본가인 저자가 등장인물들이 쓴 회고록, 일기, 편지, 자서전 등을 토대로 이야기를 촘촘히 엮었다.

등장인물 25명은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유명인부터 주변부 인물까지 다양하다.

군인, 혁명가, 정치인, 예술가 등 직업도 각각이다.

독일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미국, 러시아, 인도 등 여러 지역 인물들 삶을 다룬다.

독일 제국의 빌헬름 2세와 황태자 빌헬름 폰 프로이센은 패전국 독일의 혼돈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반면에 독일 해군 기지 빌헬름스하펜의 수병 리하르트 슈툼프와 베를린의 다다이스트 게오르게 그로스는 독일 민중의 시선을 대변한다.

이들을 통해 독일 제국의 붕괴와 독일 내부의 분열, 충돌이 그려진다.

둘째 아들이 전사한 조각가 케테 콜비츠 이야기는 그 시절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을 잘 드러낸다.

포병 장교 해리 S. 트루먼과 전쟁 영웅 앨빈 C. 요크에게서는 전쟁 뒤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미국인 모습이 보인다.

그 외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인도의 시민 불복종 운동을 이끈 간디, 무용가 마리아 율로바, 저널리스트 루이즈 바이스 등 다양한 인물들 삶을 담았다.

이들의 이야기가 하나로 모여 혹독한 파괴와 좌절, 변화에 대한 열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시대를 투영한다.

책 원제는 '혜성의 세월'이다.

혜성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의 표식이자 커다란 사건, 근본적 변화, 불행의 징조를 의미한다.

실제로 1차대전 종전 직후 세계는 대변혁의 시기를 맞았다.

그리고 그 속에는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작은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세계는 20년 후 또 한 번의 끔찍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저자는 각자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꿈과 노력이 단기적으로는 실패할지라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이끄는 결실로 남는다고 강조한다.

열린책들. 유영미 옮김. 344쪽. 1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