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비행 예상 착륙지 바위 많아 수동비행 긴급 전환
암스트롱 선장 시선으로 재구성한 이글호 달 착륙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아폴로11호 선장 닐 암스트롱은 달착륙선 '이글'을 타고 자동비행으로 하강하다 막판에 수동비행으로 전환한다.

약 4분의 비행 오차로 원래 착륙지점을 수 킬로미터 지나친 이글호의 창밖으로 펼쳐진 예상 착륙지점이 큰 바위들이 널려있는 위험한 곳이라 비교적 평평한 곳을 찾아 착륙하기 위한 긴급 조치였다.

이글호 안의 비디오카메라는 함께 타고 있던 달착륙선(LM) 조종사 버즈 올드린이 앉은 창 쪽에만 설치돼 있어 직접 조종을 한 암스트롱 선장이 실제로 무엇을 보고 수동비행 결정을 내렸는지는 기록하지 못했다.

애리조나주립대학 지구우주탐사학부 마크 로빈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착륙 당시 이글호의 교신 내용과 비디오 기록, 달정찰궤도위성카메라(LROC)로 10년간 찍은 이미지 등을 활용해 암스트롱 선장 쪽 창을 통해 본 최초의 달착륙 장면을 재구성해 공개했다.

LROC 연구책임자이기도 한 로빈슨 교수는 착륙선의 위도와 경도, 방향, 속도, 고도 등의 정보를 종합해 마지막 3분을 재현함으로써 암스트롱 선장이 창밖으로 무엇을 보고 수동비행 결정을 내렸는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영상은 이글호가 자동비행을 계속했을 때 착륙하게 될 '웨스트 크레이터(West Crater)'의 큰 바위들이 널려있는 동북쪽 측면부터 시작된다.

[애리조나주립대학 제공]

암스트롱 선장은 이를 보고 수동비행으로 전환해 수평비행을 유지하며 안전하게 착륙할 곳을 찾았다.

이런 위험은 올드린이 앉은 자리에서는 볼 수 없었으며, 암스트롱 선장만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암스트롱 선장은 새 착륙지점을 찾아 이글호를 조정하느라 교신을 거의 하지 못했으며, 올드린이 고도, 하강 속도, 방향 등 기기 수치를 읽어주는 정도로만 교신이 오갔다.

암스트롱 선장은 약 190m에 달하는 웨스트 크레이터를 지나간 뒤 약 500m 앞에서 안전한 곳을 찾아 이글호를 안착시켰다.

착륙 지점 바로 전에는 약 40m 폭의 '리틀 웨스트 크레이터'가 있었으며 암스트롱은 달에 역사적인 첫발을 디딘 뒤 이곳을 찾아 사진 촬영을 하는 등의 '선외활동(extravehicular activity)'을 했다.

LORC 이미지는 이글호가 달에 착륙한 뒤 거의 50년 만에 촬영한 것으로, 로빈슨 교수팀이 이를 토대로 재구성한 영상에는 이글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글호가 지구 귀환을 위해 사령선으로 이륙할 때 남긴 흔적과 함께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걸어 다니며 남긴 발자국도 검은 실가닥처럼 보인다.

로빈슨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암스트롱 선장이 착륙을 위해 접근할 때는 물론 이런 흔적들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면 암스트롱 선장이 착륙과정에서 이글호 창밖의 달 표면을 자세히 보기 위해 고개를 움직여 이번에 공개한 재구성 영상과는 다른 시선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당시의 극적인 장면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