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취나물·매운맛 동결건조 떡볶이, 美서부·중남미시장 도전장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 인터컨티넨탈호텔 7층 할리우드룸.
진한 간장, 고추장, 김치 냄새에다 바삭거리며 두부스낵, 김 과자 씹는 소리가 들린다.
K-푸드가 미국과 중남미 식품 수출시장의 관문 LA에 상륙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이병호)가 K-푸드의 시장 진입을 위한 대규모 B2B(기업간 거래) 수출상담회 '2019 LA K-푸드 페어'를 열었다.
신(新) 한류 붐과 함께 K-푸드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먼저 의미 있는 채널이 만들어졌다.
신현곤 aT 식품수출이사는 미국 대형마트 체인 크로거(Kroger), 코스트코(Costco)의 아시안 식품 핵심 벤더업체 콩구안(Khong Guan)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한국식품의 진입 판로를 뚫었다고 소개했다.
콩구안은 아시아 10여개 국, 90여개 브랜드 제품을 미국 시장에 공급한다. 신 이사는 "K-푸드가 미국 대형마트에 진출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뚫은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랄프스, 푸드 포레스 등을 보유한 크로거는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이자 오프라인 소매유통업체로는 월마트에 이은 매출 2위 업체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크로거 매장에 K-푸드 코너를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신 이사는 "K-푸드 코너가 여러 아시안 푸드 중에서도 경쟁 우위를 지닐 수 있다"면서 "김, 장류, 면류, 밤, 버섯, 딸기 등이 유망한 품목"이라고 말했다.
신 이사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학(UCLA) 랄프스 프레시페어 매장을 돌아보며 K-푸드 입점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K-푸드 페어에 참가한 업체 중에는 이목을 확 잡아끄는 품목을 출품한 곳도 꽤 있다.
㈜남도애꽃은 브로콜리 잡채, 취나물 스프레드 등을 들고 왔다.
냉동 수출되는 잡채는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본연의 맛이 살아난다고 정미자 대표는 소개했다.
취나물을 바질 페스토처럼 빵에다 발라먹도록 개발한 가공식품도 현지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었다.
미국 시장에서 채식, 건강식 수요가 높아지면서 한국산 나물류, 장아찌, 잡채 등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정 대표는 파라과이에서 온 바이어와 한참 상담했다.
파라과이 출신 바이어는 한국 잡채를 현지 시장에 수입할 의향을 내비쳤다.
영미떡볶이는 동결건조한 떡볶이로 도전장을 냈다.
중동에서는 할랄 인증까지 따낸 글로벌 떡볶이라는 이 업체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온 식품 벤더 대표와 열띤 상담을 벌였다.
박태순 대표는 "히스패닉 시장에 매운맛 떡볶이가 통하고 있다"면서 "미국 서부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 식품 수입업체 네오지오의 예시카 윤은 "메로나부터 빼빼로, 뽀로로 과자까지 한국 제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K-팝의 영향력이 크지만 한국 스낵이나 식품이 웰빙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쌀 과자나 김이 남미 현지에서 인기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한국 농수산식품의 미국시장 수출은 2017년 1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5월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한 4억7천만 달러(5천553억 원)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까다로운 미주 식품시장을 두드리려면 수출업체들이 주의해야 할 요소도 많다.
K-푸드 업체의 레이블링(성분표시)을 컨설팅하는 J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나 R.김 컨설턴트는 "미국 시장에서는 한국의 9대 영양소 외에도 식이섬유, 비타민B 등이 중요하다"면서 "또 미국 유기농 인증(USDA)은 세부 원료 표시와 더불어 구체적인 증빙을 요구하는 만큼 수출업체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