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던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가 한·일 무역갈등으로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양국 간 금리 역전 현상은 올 들어 미국이 통화정책 완화로 돌아서자 꾸준히 약화돼 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깜짝 고용 증가 등 견조한 성장세가 확인된 반면 한국은 한·일 무역갈등으로 오히려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올 들어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원화채권 매수 행렬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T-Note) 금리는 8일(현지시간) 0.010%포인트 오른 연 2.049%로 마감됐다. 지난 5일 0.089%포인트 급등해 연 2%대로 올라선 이후 2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미국의 6월 일자리 증가 수가 전달(7만2000개)보다 세 배 이상 껑충 뛴 22만4000개로 나타나면서 이달 말로 예상된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8일 오히려 0.003%포인트 하락했으며 9일에는 0.008%포인트 올라 연 1.538%를 기록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채권 담당 매니저는 “지난 8일 오전까지는 국내 채권 금리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한·일 무역갈등에 따른 증시 폭락으로 하락 마감했다”며 “한국 시장의 특수 사정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당분간 미국 시장과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0.389%포인트(국고채 10년물 기준)까지 좁혀졌던 양국 간 금리 차도 1주일 만에 0.511%포인트까지 다시 벌어졌다. 거의 1%포인트에 육박했던 지난해 11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양국 간 금리 차가 확대되자 외국인이 원화채권 순매도로 돌아섰다”며 “반대로 올 들어 금리 차가 줄면서 외국인의 원화채권 순매수가 이어져 보유 잔액이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