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가 블록체인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지난달 27일 메인넷(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을 ‘클레이튼’을 공개한 데 이어 9일 메인넷 공식 론칭(출시) 행사를 연다. 클레이튼 기반 파트너 서비스를 시연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 포커스를 맞췄다.

클레이튼은 카카오표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 iOS나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가 나오는 것처럼 클레이튼 플랫폼에서 각사의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앱(디앱·DApp)이 돌아간다. 가령 대표적 퍼블릭 블록체인인 이더리움 생태계와 클레이튼 생태계가 플랫폼끼리 경쟁하는 구도라 생각하면 쉽다. 플랫폼이 클수록 효과도 커진다. 파트너사 확보를 통한 생태계 확장 경쟁이 중요하단 얘기다.

일단 주도적 입지를 구축하면 블록체인 서비스는 해당 플랫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일종의 스탠더드(표준) 경쟁인 셈. 현재는 세계적으로 개발된 디앱 50% 이상이 스마트 콘트랙트(계약) 기능을 갖춘 이더리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클레이튼이 내세우는 강점은 이더리움보다 빠른 속도와 편의성이다. 클레이튼의 초당 거래량(TPS)은 3000건 수준으로 이더리움보다 약 150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더리움이 건당 수수료를 내야 하는 점도 보완, 수수료를 내주는 기능을 도입했다.

여기까지라면 클레이튼은 그저 그런 퍼블릭 블록체인 중 한 곳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여타 퍼블릭 블록체인도 기능 측면에선 이더리움을 능가하는 곳이 적지 않아서다. 클레이튼이 차별화된 강점을 갖는 대목은 바로 카카오톡을 포함한 카카오의 이용자 풀(pool)이다. 클레이튼 이용자가 카카오 사용자로 확장된다면 플랫폼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 직접 개발한 곳은 전문 계열사 그라운드X지만 클레이튼을 ‘카카오표 블록체인’이라 부르는 이유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오는 15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리는 한경닷컴 창립 20주년 '디지털 ABCD 포럼 2019'에 강연자로 나선다. / 사진=한경 DB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오는 15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리는 한경닷컴 창립 20주년 '디지털 ABCD 포럼 2019'에 강연자로 나선다. / 사진=한경 DB
클레이튼이 주요 파트너사를 끌어들여 생태계 덩치를 키우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역시 뒷단에 카카오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LG 계열사들을 비롯해 셀트리온, 넷마블, 유명 게임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펍지 등과 일본 소셜데이팅서비스 ‘팔레트’, 북미 공유자전거 서비스 ‘유체인’, 네덜란드 티켓팅 서비스 ‘겟프로토콜’ 같은 해외 업체들까지 참여했다.

9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미국 특허청(USPTO)에 가상화폐(암호화폐) 지갑 ‘씽큐 월렛’ 상표권을 등록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 ‘삼성 블록체인 월렛’을 탑재하기 전 밟았던 절차다. 업계에선 삼성 블록체인 월렛 출시 이후 물밑에서 다각도로 블록체인 시장 진출을 타진해온 LG전자가 자체 씽큐 월렛 출시 준비와 함께 카카오와도 손잡고 블록체인·암호화폐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으로 풀이했다.

주목 포인트는 클레이튼을 실제 개발한 그라운드X는 카카오가 일본에 세운 자회사라른 점이다. 네이버도 이미 자회사 라인을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 ‘링크체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 법인을 설립한 이유가 있다. 양국 정책기조 차이와 규제 이슈가 첫 손에 꼽힌다. 국내에선 ‘블록체인 육성, 암호화폐 규제’의 이원화 체제를 고수 중이다. 암호화폐 공개(ICO)를 포함한 토큰이코노미 기반 퍼블릭 블록체인 사업을 펼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에 설립된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엑스' (사진=그라운드엑스)
일본에 설립된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엑스' (사진=그라운드엑스)
일본은 다르다. 이미 2016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암호화폐를 공식 결제 수단 및 자산으로 인정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금융청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운영한다. 올해 들어서는 암호화폐의 법적 용어를 ‘암호자산’으로 바꾸고 금융 자산으로 인정했다. 암호화폐에 금융상품거래법을 적용하고 예치금 4배까지 레버리지 거래도 허용하는 등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됐다. “암호화폐에 우호적이고 정책 안정성도 갖춘 일본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귀띔이다.

독립성도 요인으로 꼽힌다.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을 위해 스위스에 재단을 설립한 것 역시 이같은 맥락이다.

시장 규모 차이 또한 있다. 한때 전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한국의 입지는 확 줄어들었다. 암호화폐 거래 통계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법정화폐 간 거래량의 72.3%는 미국, 17.21%가 일본에서 나오는 반면 한국은 5% 미만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 규모나 향후 미국 시장 진출까지 감안하면 해외 법인 설립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산하/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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