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과 양자협의 방식 조율중"…실무 접촉서 대화 물꼬 틀지 주목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르면 이번주 양국 간 무역갈등과 관련한 회의를 열 전망이다. 다만 일본은 한국 정부와 만나더라도 수출 규제 조치 자체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와 별도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보내 한·일 분쟁에 대한 중재를 요청하기로 했다.

8일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경제산업성으로부터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한 협의에 응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구체적인 날짜와 의제에 대해선 일본이 내부 논의를 거쳐 추후 통보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지난 2일과 3일 양자 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일단 ‘만날 수는 있다’는 답은 받아낸 셈이다. 양자 협의가 성사되면 지난 1일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뒤 양국 정부 간 첫 만남이다. 다만 협의에서 갈등을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갈등의 시발점인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수출 규제를 풀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양자 협의의 성격에 대해서도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회의라기보다 자신들이 수출 규제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 정부도 일본과의 대화는 계속 추진하되 한편으로는 국제 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이를 위해 유명희 본부장이 다음주 미국에 가서 주요 통상 당국자와 만날 계획이다. 정부는 미국 당국자와의 만남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왜 국제법에 위배되는지를 설명하고 애플 퀄컴 등 미국 기업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배치되는 것으로 한국 기업은 물론 일본 기업, 나아가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며 “우리 업계 및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소통, 공조 등을 통해 다각적이고도 적극적인 대응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올 하반기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에서도 일본이 자유무역 질서를 깨뜨리려 하는 데 대한 공감대를 얻어낼 계획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