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상 무기화' 격랑…미국·중국 이어 일본까지 G3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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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과 무관한 사안에 통상 제재…중국 굴기·트럼피즘 속 확산
외교갈등 위험성 증가…미중 이전투구 속 G20 무역제재 급증 강대국이 자국의 이익이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국에 무역제재를 무기로 사용하는 '통상 무기화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세계 경제 2위 국가로 성장한 중국에는 교역 상대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외교전략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여기에 미국이 고율 관세를 앞세워 다른 국가들의 정책에 노골적으로 입김을 넣고 있으며 일본도 이런 책략에 편승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규정을 바꿔 스마트폰·TV에 들어가는 반도체 등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불만을 품고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공식적인 이유로 언급하기를 꺼렸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일본이 공개적으로 보복이라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 통상규범을 준수한다고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통상 무기화는 중국이 '전가의 보검'처럼 꺼내 들곤 하는 외교안보 정책 도구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은 2010년 동중국해에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두고 일본과 분쟁이 격화하자 일본에 산업 필수 소재인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2010년 중국의 반체제 지도자 류샤오보(劉曉波)를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을 때는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중단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황옌다오<黃巖島>, 제임스 암초(쩡무(曾母)암사)를 둘러싸고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이 일었을 때는 바나나 수입을 무기로 휘둘렀다.
한국도 2017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배치되자 현지 진출 기업, 유커를 유치하는 한국 관광업, 대중 수출업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중국의 보복을 받았다. 중국의 오랜 관행과 달리 세계 경제 1위 국가인 미국의 통상 무기화는 글로벌 교역질서에 충격을 주는 기류 변화로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출범한 이후 통상 무기화를 노골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통상·산업정책 개선을 촉구하며 압박수단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에는 통상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미등록 이민자의 미국 유입을 문제로 삼아 멕시코에 고율 관세 부과를 위협하기도 했다.
일부 미국 언론은 이민 관세 위협이 미국이 국제통상 규범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전환점이라고 지적했다.
통상을 무기로 휘두를 의지와 능력이 있는 국가들로서는 그간 국제 통상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하던 미국의 이 같은 행태 때문에 더 쉽게 행동에 나설 유인이 생긴 셈이다.
세계 경제 3위국인 일본의 이번 한국에 대한 통상보복도 미국의 신호에 편승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목격된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언급하며 "일본이 미국에서 배워 '무역제재 놀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에서 외교관계 악화가 통상보복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안덕근 교수는 "일본이 한일관계 자체를 재검토할 정도로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한국도 한국의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할 것인 만큼 일본 조치의 수위는 조금씩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교수는 "한일간의 외교 정치적 문제 때문에 가중된 이번 위기가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과도한 반응을 보일 단계는 아닐 것"이라며 "현실을 직시하고 적절히 대응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규범을 사실상 무시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에 세계 주요 경제권에서는 무역제재가 현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20개국(G20)이 현재 역사적 평균보다 많은 무역 제한 조치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시행된 신규 무역제재가 20건으로, 2012년부터 시행된 과거 조사 평균의 3.5배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누려온 안정된 추세가 지난 한 해 동안 급격하게 무역제재로 대체됐다"며 "이는 불확실성 증폭, 투자 저하, 무역증가세 둔화의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외교갈등 위험성 증가…미중 이전투구 속 G20 무역제재 급증 강대국이 자국의 이익이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국에 무역제재를 무기로 사용하는 '통상 무기화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세계 경제 2위 국가로 성장한 중국에는 교역 상대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외교전략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여기에 미국이 고율 관세를 앞세워 다른 국가들의 정책에 노골적으로 입김을 넣고 있으며 일본도 이런 책략에 편승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규정을 바꿔 스마트폰·TV에 들어가는 반도체 등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불만을 품고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공식적인 이유로 언급하기를 꺼렸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일본이 공개적으로 보복이라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 통상규범을 준수한다고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통상 무기화는 중국이 '전가의 보검'처럼 꺼내 들곤 하는 외교안보 정책 도구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은 2010년 동중국해에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두고 일본과 분쟁이 격화하자 일본에 산업 필수 소재인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2010년 중국의 반체제 지도자 류샤오보(劉曉波)를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을 때는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중단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황옌다오<黃巖島>, 제임스 암초(쩡무(曾母)암사)를 둘러싸고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이 일었을 때는 바나나 수입을 무기로 휘둘렀다.
한국도 2017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배치되자 현지 진출 기업, 유커를 유치하는 한국 관광업, 대중 수출업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중국의 보복을 받았다. 중국의 오랜 관행과 달리 세계 경제 1위 국가인 미국의 통상 무기화는 글로벌 교역질서에 충격을 주는 기류 변화로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출범한 이후 통상 무기화를 노골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통상·산업정책 개선을 촉구하며 압박수단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에는 통상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미등록 이민자의 미국 유입을 문제로 삼아 멕시코에 고율 관세 부과를 위협하기도 했다.
일부 미국 언론은 이민 관세 위협이 미국이 국제통상 규범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전환점이라고 지적했다.
통상을 무기로 휘두를 의지와 능력이 있는 국가들로서는 그간 국제 통상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하던 미국의 이 같은 행태 때문에 더 쉽게 행동에 나설 유인이 생긴 셈이다.
세계 경제 3위국인 일본의 이번 한국에 대한 통상보복도 미국의 신호에 편승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목격된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언급하며 "일본이 미국에서 배워 '무역제재 놀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에서 외교관계 악화가 통상보복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안덕근 교수는 "일본이 한일관계 자체를 재검토할 정도로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한국도 한국의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할 것인 만큼 일본 조치의 수위는 조금씩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교수는 "한일간의 외교 정치적 문제 때문에 가중된 이번 위기가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과도한 반응을 보일 단계는 아닐 것"이라며 "현실을 직시하고 적절히 대응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규범을 사실상 무시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에 세계 주요 경제권에서는 무역제재가 현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20개국(G20)이 현재 역사적 평균보다 많은 무역 제한 조치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시행된 신규 무역제재가 20건으로, 2012년부터 시행된 과거 조사 평균의 3.5배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누려온 안정된 추세가 지난 한 해 동안 급격하게 무역제재로 대체됐다"며 "이는 불확실성 증폭, 투자 저하, 무역증가세 둔화의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